“126일간의 구금은 하나님 더욱 알게 한 연단”

국민일보

“126일간의 구금은 하나님 더욱 알게 한 연단”

[인터뷰] 필리핀 선교지서 구금됐다 풀려난 백영모 선교사

입력 2019-07-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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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모 필리핀 선교사와 아내 배순영 선교사가 지난달 24일 필리핀 마닐라의 시내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년 가까이 필리핀 선교에 힘써오다 불법 무기를 소지했다는 누명을 쓰고 필리핀 교도소에 126일간 구금됐된 백영모(49) 선교사. 그의 이야기는 지난해 6월 아내 배순영 선교사가 ‘남편 선교사가 안티폴로 감옥에 있습니다’란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갑작스레 어려움을 당한 그의 사연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청원자 수는 한 달 안에 2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에서야 필리핀 당국의 보석 허가를 받아 석방된 백 선교사를 배 선교사와 함께 지난달 24일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열악한 필리핀 교정시설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간 부부의 얼굴은 구금 당시보다 훨씬 밝고 편안해 보였다.

“필리핀에서 수류탄 같은 불법 무기 관련 사건은 보석이 불허되는 사안인데도 재판과 석방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건 모두 하나님 은혜입니다. 앞으로 무죄 판정을 받는 일도 모두 하나님의 때에 그분의 은혜로 이뤄질 것으로 믿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확신이 넘쳤다.

마음의 평안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남아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거나 경찰이 보이면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아내 배 선교사는 “무죄 판결을 받은 뒤 한국으로 돌아가 전문의에게 심리치료를 받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현재 백 선교사의 건강은 양호한 편이다. 수감 중 얻었던 폐결핵과 피부병은 완치됐다. 결핵약 부작용으로 기침 소화불량 만성피로 증세가 조금 남아있지만 이전부터 해온 필리핀 현지인 교회 지원 사역을 감당할 수는 있다고 했다.

그의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법정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이유로 재판이 두 차례 연기돼서다. 6월로 예정돼 있던 재판도 8월로 미뤄졌다. 부부의 바람은 올해 안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재판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법정 공방이 기약 없이 길어지는 상황에서도 백 선교사는 조급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는 하나다. 구속 중 하나님께서 주신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는 말씀 때문이다. 이 말씀에 기댔기에 현지인도 죽어 나가는 참혹한 감옥에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고난으로 한국과 필리핀에서 수많은 동역자를 만났다. 재판을 무료로 돕는 의사이자 변호사 지인부터 양국 기독교인, 생면부지 해외 성도까지 백 선교사가 무탈하길 한뜻으로 기도했다. 그는 “석방 이후 재판을 도와준 필리핀 기독교인 모임에 가니 ‘돈이 아닌 믿음으로 감옥 생활을 견디는 모습을 보며 한국인 선교사를 다시 보게 됐다’고 하더라”며 “수감 중 힘이 돼 준 전 세계 수많은 동역자들에게 거듭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백 선교사는 앞으로 ‘인생의 주인은 돈도 권력도 아닌 하나님’임을 전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필리핀 동역자들의 조언에 따라 수감 중 쓴 A4용지 229장 분량의 일기를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제가 겪은 고난은 돈과 권력에 기대지 않고 선교사로서 주님만 바라보라는 ‘하나님의 연단’이라 생각한다”며 “우리뿐 아니라 세계에서 헌신하는 선교사들이 오직 복음만 집중하도록 한국교회가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필리핀을 위한 기도제목도 남겼다. “제 일이 필리핀 사회에 조금이나마 경종을 울릴 수 있길 바랍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기독 법률가, 지도자가 필리핀에 더 많이 세워져 공의가 실현되도록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마닐라(필리핀)=글·사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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