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세민 “김학의 수사 외압 진술했지만 검찰 재수사 때 묵살”

국민일보

[단독] 이세민 “김학의 수사 외압 진술했지만 검찰 재수사 때 묵살”

“곽상도 민정수석, 경찰청 수사국장에 전화한 정황 자세히 진술”

입력 2019-07-02 04:01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2013년 3월에 있었던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외압 정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재수사한 검찰 수사단에 ‘외압이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결국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획관은 2013년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이 처음 불거질 당시 내사를 진행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국민일보와 두 차례 인터뷰하면서 2013년 당시 김학배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전화한 인물을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으로 지목한 근거, 외압을 느낀 구체적인 정황 등을 검찰에 자세히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전 기획관은 최근 검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은 100쪽 분량의 진술조서를 국민일보에 공개했다. 조서에는 당시 청와대 인사들이 경찰을 찾아오거나 전화를 건 사실, 경찰 간부들의 반응, 자신이 김 전 차관의 임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한 사실이 담겨 있다. 사건을 최근 재수사한 검찰이 “경찰 관계자를 모두 조사했는데 ‘외압 받은 사실이 일절 없다’고 진술했다”고 했지만 이 전 기획관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조서에 따르면 2013년 4월 초 이성한 당시 경찰청장은 김학배 당시 수사국장과 이 전 기획관을 청장실로 불렀다. 이 전 청장은 김 전 국장에게 “김학의 사건 관련해서 청와대 누구와 통화하고 보고했느냐”고 물었다. 김 전 국장은 머뭇거리다가 “곽상도 민정수석”이라고 실토했다고 한다. 이 전 청장이 “곽상도 민정수석과 아는 사이입니까”라고 묻자 김 전 국장은 “네, 친분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전 기획관은 이번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전 청장이 외압으로 비칠 만한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가 4월 초 수사보고를 한 뒤 나오는데 당시 이 전 청장이 뒤에다 대고 “남의 가슴에 못 박으면 벌 받아”라고 두세 번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갑자기 혼내는 발언을 하고, 4월 15일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좌천시킨 뒷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청장은 검찰에서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이 전 기획관은 2013년 3월 13일 김 전 차관이 내정되기 전 이미 청와대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강신명 당시 정무수석실 소속 사회안전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와 “김학의 관련 첩보를 확인 중이냐”고 물을 때 “구체적이고 심각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김학의가) 공직자로 임명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무수석실에 확실히 건의하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고, 관련 내용을 문서화해 사회안전비서관실에 팩스로도 보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그대로 내정됐다.

이 전 기획관은 당시 박관천 청와대 행정관이 찾아와 만난 상황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그는 “박 행정관이 엄지손가락을 보이면서 ‘기획관님, 기획관님. 이 분(VIP)이 지금 관심이 많습니다. 큰일납니다’라고 말하는 데도 수사국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김 국장이) 미온적 태도를 취하는 걸 보고 ‘이 사람이 분명히 외압을 받았구나’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기획관은 이번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외압이 있었다는 진술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 건 이해가 안 된다. ‘관련 진술은 있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판단했다’는 정도로 발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2013년 3월 당시 김 전 국장과 통화했느냐는 국민일보의 질문에 대해 “통화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령 통화했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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