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림의 명화로 여는 성경 묵상] 구원과 멸망의 갈림길

국민일보

[전창림의 명화로 여는 성경 묵상] 구원과 멸망의 갈림길

존 마틴의 ‘소돔과 고모라’

입력 2019-07-0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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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년, 캔버스에 유채, 영국 타인 뉴캐슬 랭 미술관 소장

성경에는 극적인 장면과 중요한 역사의 갈림길이 된 사건들이 많고 화가들은 이를 그림으로 남겼다. ‘소돔과 고모라’처럼 극적인 장면을 화가들이 놓칠 리 없다. 많은 화가가 이 장면을 그렸지만, 존 마틴의 ‘소돔과 고모라’만큼 극적인 효과를 자아내 우리를 묵상에 이르게 하는 그림은 흔치 않다.

우선 그림의 거의 반 이상이 시뻘건 화염이다. 더 극적인 건 하늘에서 무섭게 내리치는 번개다. 번개가 화염에 휩싸인 소돔 성과 살아서 도망치는 롯 식구들이 있는 곳을 극명하게 나눈다. 그 번개는 정확히 롯의 아내를 치고 있다. 풍요롭던 도시 소돔을 아쉬워하며 뒤처진 롯의 아내는 롯의 나머지 식구들과 아주 먼 거리에 있듯이 아득한 느낌이 든다. 작은 그림 안에서지만, 그 거리감이 원근법을 통해 극적으로 나타난다.

도망하는 롯의 급박함, 하나님이 내리신 무서운 유황불, 롯에게서 멀리 뒤처져 소금기둥으로 남은 롯의 아내의 아득함, 그리고 이 순간을 더욱 극적으로 승화시키는 번개와 그 번개로 나뉘는 재앙과 구원의 갈림길에 이르기까지.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경외감으로 온몸이 전율하게 된다. 아주 작은데도 불구하고 번개가 가리켜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롯의 아내는 더 처절하고 안타깝다. 그렇게밖에 하실 수 없었던 하나님의 커다란 뜻을 가슴 깊이 되새기게 된다. 유황불에 휩싸여 소금기둥이 되고만 롯의 아내를 보면 가슴 한쪽이 저미면서도,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헛된 이생을 생각하거나 뒤를 돌아보지 말고 영생을 선택하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 아니하니라 하시니라.”(눅 9:62)

소돔은 무슨 죄를 저질렀는데 멸망해야 했을까. 에스겔 16장 49~50절을 보면 소돔이 멸망한 죄목이 나온다. “네 아우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니 그와 그 딸들에게 교만함과 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아니하며 거만하여 가증한 일을 내 앞에서 행하였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보고 곧 그들을 없이 하였느니라.”

먹을 것이 풍족하고 교만한 것과 태평함이 멸망할 죄악이며, 궁핍한 자를 돕지 않은 것이 또 멸망할 죄악이라고 하신다. 재물이 많은 것과 태평함은 우리 교인들조차도 기도하는 제목이 아닌가. 가난하거나 고난스럽게 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다만 풍요로움이나 태평함이 우리 믿는 자들의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세상의 성공과 하나님의 축복은 전혀 관계가 없다. 소돔처럼 우리 마음에서 풍요와 태평을 원하는 마음을 멸하고, 겸손하게 살며 가난한 자들을 도우며 다시 오실 예수님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만일 소돔 성읍 가운데에서 의인 오십 명을 찾으면 그들을 위하여 온 지역을 용서하리라.

아브라함이 또 이르되 주는 노하지 마옵소서 내가 이번만 더 아뢰리이다 거기서 십 명을 찾으시면 어찌하려 하시나이까 이르시되 내가 십 명으로 말미암아 멸하지 아니하리라.

여호와께서 하늘 곧 여호와께로부터 유황과 불을 소돔과 고모라에 비같이 내리사 그 성들과 온 들과 성에 거주하는 모든 백성과 땅에 난 것을 다 엎어 멸하셨더라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았으므로 소금 기둥이 되었더라.”(창 18:26, 32; 19:24~26)

존 마틴(John Martin, 1789~1854)

19세기에 활동했던 영국 낭만주의 화가로서 가난한 시골 출신이었으나 런던에 진출해 ‘니느웨의 종말’ ‘노아의 대홍수’ ‘소돔과 고모라’ ‘바빌론의 붕괴’와 같은 종말론적 재앙을 탁월하게 그린 작품들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에는 영국의 거대하고 위압적인 풍경이 잘 묘사돼 있어 당시 영국에서 최고의 인기 화가가 됐다. 한동안 인색한 평가를 받았으나 현대에 이르러 재평가받고 있다. 종교화와 풍속화를 통해 강렬한 색채와 극적인 명암으로 묘사한 화풍은 프랑스 문인들 사이에서 ‘숭고의 미학’으로 칭송받았다. 성경의 장면을 그린 작품들에 나타나는 깊은 종교적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전창림<홍익대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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