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고위험군’ 분류는 국민 건강 수호 차원, 차별 아니다

국민일보

‘에이즈 고위험군’ 분류는 국민 건강 수호 차원, 차별 아니다

김지연 약사의 ‘덮으려는 자 펼치려는 자’ <3> 남성간 성행위자 헌혈 제한

입력 2019-07-09 00:05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인 김지연 약사가 지난해 8월 서울 한성교회 금요철야예배에서 보건당국이 동성 간 성접촉을 한 남성의 헌혈을 제한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014년 헌혈에 동참한 사람은 약 300만명이다. 헌혈로 모인 혈액은 공급 전 반드시 선별 검사를 하는데 부적격 판정을 받아 폐기되는 혈액이 3년간 6800만㎖다. 이렇게 버려지는 혈액 중 간염이나 에이즈에 감염된 피가 15%가량 된다.

한국에서 헌혈하려면 헌혈기록카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데 ‘헌혈 자진 배제 문진 항목’ 중 10번에는 이런 질문이 나온다. ‘최근 1년 이내에 불특정 이성과 성 접촉을 하거나, 남성의 경우 다른 남성과 성 접촉을 한 적이 있습니까?’

헌혈기록카드를 작성하는 것은 채혈(採血) 금지 대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위 항목에 “예”라고 답했다면 향후 1년간 헌혈할 수 없다. 이런 내용은 대한적십자사가 제공하는 혈액원 홈페이지 전자문진에도 나온다.

이렇듯 대한민국 혈액관리당국은 불특정 남성과 성접촉만 제한한 게 아니라 아예 남성과의 성접촉을 헌혈 제한 사유로 두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에 대한 답을 전적으로 본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감염 사실을 숨기고 헌혈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남성 간 성행위자의 헌혈제한 정책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캐나다 독일 알제리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슬로베니아 그리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파나마 파라과이 페루 스위스 태국 터키 베네수엘라 등 여러 국가에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에이즈가 급증세를 보이던 1983년 이후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을 막았다. 이런 정책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친동성애 진영의 항의가 끈질기게 이어지자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14년 남자동성애자의 헌혈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존스홉킨스의학연구소의 역학전공 켄라드 넬슨 교수 등은 남성 동성애자의 높은 에이즈 유병률을 지적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FDA는 2015년부터 남성 동성애자가 1년간 성관계를 하지 않고 금욕한 경우에 한해 헌혈을 허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즉 ‘평생 금지’에서 ‘부분 제한’으로 바꾼 것이다.

영국에서도 1980년대부터 MSM(Man who have Sex with Man, 남성 간 성접촉자)의 헌혈 평생 금지 조치가 시행됐다. HIV와 B형 간염 등 혈액 매개 감염의 비율이 MSM에서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이후 MSM의 평생 헌혈 금지조항은 2011년 남성 간 성행위 이후 1년은 적어도 남에게 혈액을 기증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분제한으로 바뀌었다.

캐나다 보건당국 역시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을 제한한다. 캐나다 보건부의 의료고문인 로버트 커시먼은 2013년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 제한 정책에 대해 “남성 동성애자 간 성행위는 위험한 행위”라면서 “위험인자임을 알면서도 그 혈액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에 신규로 감염되는 이들의 절반 정도가 MSM이고,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의 75%가 남성 동성애자”라면서 “따라서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 제한 정책은 성적지향을 차별하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15~24세 청소년들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이 연평균 35%씩 증가하고 있으며, 베이징의 경우 2015년 신규 에이즈 감염자의 82%가 남성 동성애자라고 발표했다. 중국 위생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헌혈자 건강 검사에 대한 요구(지침)’를 게재하고 남성 동성애자를 에이즈, B형 간염, C형 간염, 매독 감염자와 함께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헌혈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고위험군이 고의로 헌혈해 전염병이 전파되는 결과를 초래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질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2년 수술 과정에서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된 여학생이 발생해 세상이 떠들썩했다. 보건복지부 혈액정책과는 보도자료에서 여학생이 수혈받은 혈액의 주인은 에이즈에 감염된 20대 남성 동성애자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2003년까지 국내에서 수혈로 인한 에이즈 감염자는 대부분 에이즈에 감염된 남성 동성애자의 피를 수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발생 3개월 뒤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입대 전 동성 간 성행위를 한 21세 남성의 혈액을 수혈받은 60대 2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이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헌혈 및 수혈사고 보상 위자료 지급 시행규칙’에 따라 1인당 3000만원의 위자료가 지급된 게 전부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동성애자의 헌혈 제한조치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헌혈규정을 수정 또는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인 것처럼 편견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차별 판단을 내리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해당 항목을 바꾸라고 권고했다. 모든 동성애자가 에이즈에 걸린 것도, 모든 에이즈 감염자가 동성애자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의 이러한 권고는 남성 동성애자가 에이즈 고위험군인 명백한 상황을 덮으려는 시도라는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김지연 약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