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다목적 공간을 주민에 ‘활짝’… 안 믿는 이들도 자연스레 발걸음

국민일보

교회 다목적 공간을 주민에 ‘활짝’… 안 믿는 이들도 자연스레 발걸음

교회를 사회복지시설로 지역과 공유하는 고양 예수인교회

입력 2019-07-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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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인교회 배드민턴 동호회원들이 7일 주일 예배 후 강단 앞에서 배드민턴 경기를 하고 있다. 고양=송지수 인턴기자

7일 경기도 고양 덕양구 예수인교회(민찬기 목사) 예배당. 1000여명이 간이의자에 앉아 찬양하고 있었다. 예배를 마치고 의자를 치우자 본당은 금세 배드민턴장으로 변신했다.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말씀이 선포되는 강단이었는데, 셔틀콕이 날아다니니 생소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28)씨는 “옛날엔 교회를 다니지만,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면서 “집 근처에서 운동을 할 수 있어 3개월 전부터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켓으로 스매싱을 하며 “예수인교회가 지역사회에 열려있는 교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예민턴’이라는 이름의 배드민턴 동아리 회원은 40명이다. 절반이 교회 밖에서 온 사람들로 월 1만원만 내면 회원으로 가입해 배드민턴장을 이용할 수 있다. 회비로 수박과 바나나를 준비한 원재희(56) 집사는 “회원 중에는 다른 교회 성도도 있고 예수를 믿지 않는 비신자들도 있다”면서 “경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전도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니 실내체육관이 나왔다. 족구 경기가 한창이었는데, 4명이 한팀이 돼 화려한 안축 차기와 발등 차기 기술까지 선보였다. 3년 전부터 족구모임에 참여했다는 장병노(59)씨는 “교인들이 신앙생활과 교회 봉사활동도 하고 오후에는 이렇게 친교 모임을 갖는다”면서 “예수 믿지 않는 친구들도 불러와 시합한다. 교회 오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손재성(38)씨는 “오전에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이렇게 공동체 안에서 즐겁게 지낸다”며 웃었다.

지하 3층에 내려가니 골프연습장이 있었다. “딱.” “굿 샷.” 김병동(59)씨의 스윙기록은 224m를 넘었다. 김씨는 “매주 예배 후 4~5팀씩 팀을 짜서 운동한다”며 골프채를 잡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연회비는 10만원이며, 1년 내내 이용할 수 있다. 남모(53·여)씨는 “성당에 다니는데, 친구 따라 4개월 전부터 골프 연습장을 이용하게 됐다”면서 “만약 누가 교회를 다니고 싶다고 한다면 이 교회 다니라고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고 했다.

예수인콤플렉스센터 지하 4층에서 탁구동호회 회원들과 탁구를 하는 민찬기 목사. 고양=송지수 인턴기자

예수인교회의 예배공간 겸 사회복지시설인 예수인콤플렉스센터는 지하 4층, 지상 8층이다. 평일에는 사회복지시설과 태권도 승급시험, 예비군 모임 등을 위한 공간으로, 주일에는 예배당과 소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성도들은 예배 후 이발 봉사, 배드민턴, 족구, 축구, 탁구, 골프 등 동아리별로 친목 모임을 갖는다. 교회는 ‘예수인사랑나눔’이라는 비영리 사단법인을 통해 어르신 무료급식과 문화강좌 개최, 저소득층 연탄·김치 나눔 등의 사업을 펼친다. 주중에는 1층 300평 카페와 260대 주차공간도 개방한다. 교회가 이처럼 지역사회에 열려 있는 것은 목회철학 때문이다.

민찬기 목사와 김랑규 사모.

민찬기 목사가 1988년 돼지 막사를 개조한 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 출석 교인은 12명이었다. 초창기 예수인교회는 “순복음 교단 소속이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전도와 통성기도, 말씀에 매진했다. 일산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성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94년 800㎡(242평)을 매입하고 95년 조립식 패널로 예배당을 지었다. 98년 지하 2층, 지상 3층의 연면적 1946㎡(590평) 예배당에 입당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2000년 교회는 덕양구 행신동 사회복지시설 부지 3014㎡(939평)를 매입해 2009년 연면적 1만5656㎡(4750평)의 예수인콤플렉스센터를 완공했다.

전통적 교회에서 ‘열린 교회’로 목회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민 목사가 2000년 미국의 성장하는 10대 교회를 견학한 후부터다. 그는 “당시 새들백교회를 방문했는데, 콘테이너 창고 같은 건물에서 예배드리는 가운데 체육관이 중심부 역할을 하고 있었다”면서 “한국교회의 모델과 같았던 미국 북장로회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변하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많은 교회가 예배공간을 주중 체육관으로 개방하는 등 지역주민을 위한 섬김의 자세를 갖고 있었다”면서 “그때 ‘목회 정체성은 지키되 전통적인 교회 형태를 탈피해 주민들에게 열려있는 교회를 추구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설명했다.

열린교회를 지향하니 예배 출석 인원이 2300여명까지 올라섰고 매년 영아부에서 100명이 세례를 받을 정도로 교회가 젊어졌다. 민 목사의 요즘 고민은 탕자와 같은 현대인을 어떻게 교회로 이끌 것인가에 있다.

그는 “자기 옳은 대로 살아가는, 사사기 시대와 같은 대한민국에서 많은 사람이 세상이라는 바닷물을 너무 많이 먹어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러한 갈증은 더더욱 예수라는 생수에 대한 갈망만 고조시키고 있다”고 단언했다.

민 목사는 “교회를 떠도는 신자가 점점 늘어나고 젊은이는 교회를 등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탕자처럼 갑작스런 시련과 아픔, 고난의 학교에 내몰리지 않으면 절대자를 찾지 않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파도가 일어나야 서핑보드를 탄다’는 말이 있듯 교회는 인생의 한계에 부닥친 사람들이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면서 “교회의 문턱을 더 낮춰서 ‘나도 들어갈 수 있는 교회’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잔칫집처럼 즐거운 공간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양=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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