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대체 어디까지 갈래?

국민일보

편의점, 대체 어디까지 갈래?

입력 2019-07-11 23:08
사진=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제공

혼자 사는 직장인 강대영(31)씨가 회사보다 더 자주 가는 곳은 어딜까. 아침식사를 간단히 해결하는 곳, 퇴근길 맥주와 안주를 사러 들르는 곳, 때때로 커피를 사마시고, 가끔 채소나 두부 같은 식재료를 사는 곳. 편의점이다. 강씨는 “혼자 사는 사람에겐 집 근처에 편의점이 가까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편의점만 가까이 있어도 먹고 사는 데 불편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먹거리’는 핵심 카테고리다. 편의점하면 ‘삼각김밥, 도시락, 커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이 적잖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편의점 먹거리들의 상당수는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상품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매출의 30%대 정도는 자체 브랜드 제품에서 나온다.

편의점 PB 먹거리는 어떤 변천사를 겪어 지금에 이르렀을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1989년에 이른다. 그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점에 처음 문을 연 국내 1호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걸프’를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로고가 박힌 종이컵에 얼음과 탄산 음료수를 담아 판매한 걸프가 PB의 시초라면 시초다.

편의점 PB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지금도 가성비로 승부를 보는 2ℓ짜리 대용량 생수가 그 무렵 출시됐다.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도 편의점 이름을 달고 출시됐다. 샌드위치나 햄버거도 이 때부터 나왔다. 편의점 PB 시대는 ‘삼각김밥’의 등장(1999년·세븐일레븐)으로 서서히 막을 열었다. 삼각김밥이 처음 출시됐을 때 가격은 900원이었다. 지금처럼 ‘가성비’ 제품은 아니었던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2001년 가격을 700원으로 낮추고 삼각김밥 TV광고를 하기도 했다.

광고로 인지도가 올라가긴 했지만 뜻밖의 기회를 맞으며 삼각김밥은 ‘부흥기’를 맞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선전하면서다. 거리 응원 문화가 생겨났고, 새벽까지 이어진 응원전에 삼각김밥이 필수품이 됐다. 당시 점포마다 하루 100개 이상씩 판매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2~2005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던 삼각김밥은 잠시 주춤하게 됐는데 이 때 등장한 게 다양한 모양과 맛의 ‘주먹밥’이다.

삼각김밥과 주먹밥으로 편의점 PB 먹거리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게 도시락이다. 초기 편의점 도시락은 ‘덮밥’이나 ‘비빔밥’ 형태였다. 간편하긴 하지만 한 끼 식사로는 부족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가성비’가 중요해지면서 1000원짜리 김밥, 추억의 도시락 등이 편의점 먹거리에 다양성을 불어넣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편의점 도시락은 2011년 처음 등장했다. GS25가 집에서 식사하는 것과 비슷하게 6찬 도시락을 내놓으면서 편의점 먹거리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김혜자 도시락’(GS25), ‘혜리 도시락’(세븐일레븐), ‘백종원 도시락’(CU) ‘팔도명물열전’(미니스톱) 등 맛과 영양을 두루 갖춘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끌었다. GS25의 경우 2016년 도시락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76.9%나 됐다.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며 도시락은 ‘장어덮밥’ ‘장어초밥’ 등 보양식, ‘삼겹살구이’ ‘껍데기’ 등 안주류까지 다양해졌다.

편의점 먹거리는 2015년 다시 기점을 맞는다. 편의점마다 카페 브랜드(GS25 ‘카페25’, CU ‘겟·GET’ 세븐일레븐 ‘세븐카페’ 등)를 만들고 1000원대 원두커피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다. 편의점 커피 매출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카페25(GS25)는 9200만잔, 겟(CU)은 8400만잔이나 팔렸다. 올해는 두 편의점 모두 1억잔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편의점 커피의 성장은 디저트 제품군의 동반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CU의 디저트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31.8%나 됐다. 팝콘, 편의점 가공우유, 호빵, 아이스크림 등 편의점 먹거리는 이제 ‘있어야 할 건 다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GS25 관계자는 “편의점 PB의 전략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상품’에서 ‘세분화된 고객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에는 편의점마다 PB 브랜드를 내놓았다. GS25는 ‘유어스’, CU는 ‘헤이루’, 이마트24는 ‘아임이’, 미니스톱은 ‘미니퍼스트’라는 자체 브랜드를 갖게 됐다. 세븐일레븐은 2008년부터 ‘세븐셀렉트’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편의점 먹거리의 변천사와 현주소를 살펴보면 시대를 읽을 수 있다. 극단의 가성비 제품인 PB 생수에서 시작해 길거리 음식 문화로 발전했고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까지 충족시켜 나가고 있다.

편의점 먹거리의 현주소를 보면 ‘가심비’와 ‘재미’와 ‘가치소비’가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출시 이후 지난 5월까지 누적 판매량 3500만개에 이른 ‘유어스 오모리 김치찌개라면’(GS25), 출시 6개월 만에 300만개가 팔린 ‘모찌롤’(CU), 젤리 판매 1위 ‘세븐 셀렉트 요구르트맛 젤리’(세븐일레븐), 지난 5월 5일 출시한 이후 크게 인기를 끌면서 단숨에 이마트24 아이스크림 매출 1위에 오른 ‘이천쌀콘’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소셜미디어가 활발해진 것도 편의점 PB 상품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마트24 ‘마이쭈바’, 세븐일레븐 ‘2% 부족할 때 빙과류’, CU ‘스누피 우유’ 등 다양한 협업·캐릭터 상품으로 특색 있고 재밌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맛있고, 특색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와의 상생(‘이천쌀콘’, GS25 ‘독도라면’, CU ‘횡성한우 도시락’, 미니스톱 ‘언양식바싹불고기도시락’ 등)도 이루면서 ‘가치’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CU 관계자는 “초기 PB의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고, 인지도가 쌓인 뒤에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며 “최근에는 가성비와 함께 프리미엄 상품을 내놓으며 편의점마다 ‘차별화’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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