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엄중한 시기, 외교수장의 외국순방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일보

[사설] 엄중한 시기, 외교수장의 외국순방 이해하기 어렵다

입력 2019-07-11 04:11 수정 2019-07-11 10:03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비상이 걸린 30대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하는 날이었다. 문 대통령의 회의 모두발언처럼 “우리 경제가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함께 대책을 논의하는 시간”인데 외교부 수장이 굳이 해외에 나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일본의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통상 문제다. 2013년 정부조직 개편으로 통상교섭본부장의 소속이 바뀐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무 부처다. 하지만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 배경에는 양국의 정치 문제가 깔려 있다.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일본이 정치외교 문제를 경제 문제로 왜곡 확전시켰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외교부에서 정무적인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고, 외교력을 총동원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곳도 결국 외교부다. 지난 5월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 당시 강 장관이 헝가리 현장을 찾았듯 비상한 각오로 외교부를 총지휘해야 한다.

강 장관은 16일까지 에티오피아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3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강 장관의 아프리카 순방은 취임 이후 처음이며, 이번 일정을 통해 아프리카와의 교역·투자 확대 등의 실질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아프리카 외교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건 사실이다. 외교 일정은 상대국과의 약속이므로 존중돼야 마땅하다. 웬만한 국내 사정이 있더라도 외교는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대일 외교가 파국에 이를 정도로 악화되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라면 비단 외교장관뿐 아니라 총리나 대통령의 순방 계획도 취소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그런 전례도 없지 않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사정이라면 상대국에도 결례가 되지 않는다.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가 지난 1일 발표된 지 벌써 10일째다. 그 사이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조정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의아하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간담회 일정에 외교장관이 빠지기까지 청와대와 외교부 사이에는 어떤 협의가 이뤄졌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궁금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오는 13~21일 방글라데시 등 4개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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