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임위원장 욕심 때문에 국회 웃음거리로 만들어서야

국민일보

[사설] 상임위원장 욕심 때문에 국회 웃음거리로 만들어서야

입력 2019-07-11 04:03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자유한국당에서 진흙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에게 위원장 교체를 통보했는데 박 의원이 사퇴를 거부한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후반기 원 구성 때 자당에 배정된 7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다섯 자리를 임기를 쪼개 2명이 번갈아 맡기로 교통정리한 바 있다. 국토교통위원장은 박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1년씩 나눠 맡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박 의원이 그런 합의를 한 적 없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토교통위는 의사일정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도부가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박 의원이 사퇴를 거부하면 교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한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상임위 의사일정과 운영을 주도하는 자리로 소관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 국회 본관에 별도 사무실과 직원들을 배정받는 등 장관급 예우를 받을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국토교통위는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챙기는 데 유리해 ‘알짜 상임위’로 통한다. 박 의원이 ‘입원 농성’까지 하며 버티고 있는 건 상임위원장 직위를 사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욕심 때문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국회가 국가기관 가운데 신뢰도가 최하위권일 정도로 불신의 대상이라지만 이처럼 유치하고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에 우려를 넘어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상임위원장 자리 다툼은 박 의원만의 일이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국회법에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다선 의원들이 서로 맡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20대 국회 후반기 18개 상임위 가운데 8곳이 임기를 쪼갰다. 임기 1년짜리 위원장에게 상임위를 이끌어갈 전문성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자리 욕심에 국회의 책무를 외면하는 이런 국회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 여야 모두 임기 쪼개기 편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쟁자가 있으면 경선을 통해 선출하는 게 정도다.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행태가 의원들은 부끄럽지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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