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늘자 바짝 엎드린 공복들

국민일보

고소·고발 늘자 바짝 엎드린 공복들

작년 공무원피의자 범죄 3만건

입력 2019-07-14 18:29
“공무원 개인을 향한 고소·고발 남발은 일 안하는 공무원을 만든다”

이는 최근 민원인과 시민단체로부터 공무원 개인을 향해 제기되는 고소·고발과 관련해 금융위원회 한 간부의 말이다.

최근 정부의 정책결정이나 행정조치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법적 대응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기관이나 기관장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제기하던 추세에서 실무부서장이나 실무자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제기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

일례로 올해 2월 한 시민단체는 금융위원회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방치해왔다며 금융위 간부들을 고발했다. 당시 고발대상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물론 당시 부위원장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금융위 간부들이 포함됐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차라리 기관장만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제기하라는 불만섞인 한숨이 나오고 있다. 기관 차원의 법적문제는 법무팀이나 정무법무공단 등의 지원을 받아 대응이 수월하지만 공무원 개인이 법적문제에 포함될 경우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불만이다. 특히 실무자 개인이 홀로 고소·고발을 당하면 모든 처리를 개인선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나마 기관장과 같이 고발당하면 기관의 법적대응에 조용히 묻혀갈 수 있지만 개인 홀로 고발을 당하면 모두 개인선에서 법적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결국 직원들이 일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악성 민원인이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직원들에 대한 개인 고소·고발이 효과가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좀 악의적이다”라고까지 표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사철을 맞은 금융위의 이슈는 일 안하는 직원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금융위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느 부서의 누가 일을 안하는 직원이다’, ‘누구누구를 부서로 받으면 안된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금융위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이 피의자인 범죄 접수건수는 3만 6872건으로 2014년(2만738건) 보다 77%(1만6133건) 늘어났다.

정부도 이같은 사례가 늘어나자 지난해 인사혁신처를 통해 민원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소송지원 법률상담서비스’를 도입했다. 첫 중앙부처 차원의 대응이다.금융위 관계자는 “업무와 관련된 고소·고발이나 소송에 대해 기관 차원의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면서 “민원인이나 시민단체들도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쿠키뉴스 기자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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