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도 안내놓고, 부품·소재 예산 추경 요구

국민일보

자료도 안내놓고, 부품·소재 예산 추경 요구

정부, 일에 전략 노출 우려 ‘보안’

입력 2019-07-12 04:07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깜깜이’로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의 추경안에는 없었던 부품·소재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추가하는 게 쟁점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지만 예산 마련의 구체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산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소재·부품 품목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정부 자료의 부실이 원인으로 꼽힌다.

11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안 심사는 12일 첫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1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 4월 제출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에 새로운 의제를 더했다.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파장을 줄이는 차원에서 부품·소재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R&D 예산이 추가된다. 모두 20조5000억원 규모인 올해 R&D 예산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여야 모두 R&D 예산 증액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경제보복 이전에도 여야는 R&D 예산을 놓고는 뜻을 같이했다. 올해 본예산의 경우 20조4000억원이었던 정부 R&D 예산안을 국회에서 1000억원가량 늘리기도 했다. 산업위기 지역의 구조조정 업종에 투입하는 R&D 예산을 배 가까운 107억원 추가하는 식으로 현안에 대응했다.

현안이 아니라도 국회는 R&D 예산에 후한 편이다. 장기 투자가 필요한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선 정부안에 201억원을 더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는 추경안에서 R&D 예산 증액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논의를 하겠지만 증액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두고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심사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예산안을 심사하려면 왜 필요한지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추경에 추가하는 R&D 예산의 경우 어떤 산업군에서 일본 의존도가 얼마나 되는지, 어떤 소재·부품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지 설명하는 자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심사를 코앞에 두고도 관련 자료는 국회에 제출되지 않고 있다.

정부 내부에선 전략이 일본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입단속’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예산안 심사를 부실하게 진행하면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보안은 지켜야겠지만 현황은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무런 자료도 없이 어떻게 예산 심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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