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 다잡아야

국민일보

[사설]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 다잡아야

日 보복에 이어 S&P “한국 대표기업들 신용등급 본격 하락 국면” 경고… 대책 시급해

입력 2019-07-12 04:01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대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을 경고하고 나섰다. 영업 환경은 악화해 수익은 줄어드는데 비용과 투자 비효율이 늘어 기업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S&P는 ‘높아지는 신용 위험에 직면한 한국 기업들’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이 실적 악화 등으로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고 했다. S&P는 “수출의존형 산업인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정유·화학 산업은 향후 1~2년간 어려운 영업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이마트 LG화학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7곳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았는데 그 대상이 늘고 하향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곤경에 처한 데 이어 마지막 보루인 한국 대표 기업 실적에도 경고등이 들어온 셈이다.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다.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시장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S&P는 “한국과 일본 간 무역 마찰이 한국 기업의 등급 하락 위험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라고 했고, 무디스는 지난 2일 이미 “일본의 수출 규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S&P는 11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대폭 내렸지만 이마저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1%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국제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등급이 높은 현 단계에서 1단계나 2단계 내려간다고 해서 채권 발행이 어렵거나 금융 비용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 기업들에 대한 등급 하향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맞물려 경제 주체들의 불안심리를 한층 깊게 할 소지가 있다.

정부는 우선 발등의 불인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의 외교적 타결에 전력을 경주해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단순한 통상 문제의 수준을 넘는다. 국가안보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가능하면 이른 시일에 사태가 악화하지 않는다는 신호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의 불안심리를 완화할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유사시 개별 기업에 대한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보증하는 한편 금융시장 안정책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결정과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 정책 현안을 조속히 매듭짓고,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 완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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