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가 ‘공동경비구역’ 되나… 미, 일에 자위대 파병 요청

국민일보

호르무즈가 ‘공동경비구역’ 되나… 미, 일에 자위대 파병 요청

우리정부에도 곧 참여 요청할 듯

입력 2019-07-12 04: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했던 중동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는 민간선박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주요 동맹국에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인근 해상 감시 및 호위를 위해 동맹국을 대상으로 ‘경비 연합체’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중동 지역 경비에 대한 자국 부담을 줄이면서 동맹국들에 비용 분담을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정부에 자위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미국 측 요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며 참가 여부 및 자위대 파병에 필요한 법적 절차 등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가미 고타로 관방부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는 일본의 에너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의 연합체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미·일은 긴밀히 상호작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터 국방장관 대행을 만나 중동 문제를 논의한 후 “우리는 호르무즈와 바브 엘 만데브 해협에서 항해의 자유를 보장하는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나라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측 계획을 지지하는 국가의 경우 해당국의 군대와 직접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몇 주 안에 연합체 참가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연합체 구성이 완료되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견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 측 요청의 배경에는 세계 경찰국가 지위를 포기하고 자국 이익 우선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원유의 91%, 일본은 62%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얻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며 “왜 우리가 수년 동안 다른 나라를 위해 무보수로 원유 수송 항로를 지켜야 하나. 원유 수입국이 직접 자국 선박을 지켜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경비 연합체 계획은 전 세계 원유 3분의 1이 지나는 해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방위하는 데 드는 비용을 동맹국으로 전이하고자 하는 트럼프식 ‘보호비 청구서’인 셈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계획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그런 구상을 갖고 있다고 던퍼드 합참의장이 설명한 것 같다”면서도 “외교 경로를 통해 요청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요청이 들어올 경우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며 “항행의 자유와 자유로운 교역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경비 연합체에 대한 구상은 미리 설명을 받았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참여 요청이 들어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형민 최승욱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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