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랑스 디지털세에 맞불 관세 예고… 골 깊어지는 美·유럽

국민일보

미, 프랑스 디지털세에 맞불 관세 예고… 골 깊어지는 美·유럽

프랑스, 구글·페북 등 겨냥

입력 2019-07-11 19:11

프랑스의 디지털세(digital tax) 도입을 앞두고 미국이 관세보복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국과 유럽 간 외교·통상 갈등이 디지털세 문제로 한층 악화될 위기에 처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불공정한 무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근거가 되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프랑스 정부의 디지털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디지털세가 미국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우저 대표는 이번 조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으며 최장 1년간 진행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USTR 조사에 대해 초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연수익이 7억5000만 유로(약 9941억원) 이상이면서 프랑스 내에서 2500만 유로(약 331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다국적 정보통신(IT) 기업들에 한해 이들이 프랑스 내에서 벌어들인 연간 총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할 방침이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주 디지털세 법안을 가결했으며, 상원도 조만간 표결을 통해 추인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 디지털세법을 적용받는 기업은 30개 안팎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의회 및 EU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2010년대 초부터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왔다. IT기업들이 본사를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등에 세워 놓고 실제로 수익을 얻는 국가에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기 때문이다. EU집행위가 2018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EU 안에서 전통적인 다국적 기업들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23.2%인 것에 비해 다국적 IT기업들은 9.5%에 불과했다.

EU집행위는 지난해 3월 회원국에 디지털세 부과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찬성한 반면 IT기업의 본사가 있는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반대하고 나섰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프랑스 등 찬성파 국가들은 단독으로 디지털세를 추진하고 나섰다. 프랑스가 가장 먼저 디지털세 관련 법안을 가결한 가운데 영국 스페인 오스트리아 정부도 조만간 의회에 관련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 주요 20국(G20) 회의에서도 ‘글로벌 디지털세’ 기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미국의 부정적인 입장으로 진전되지 못했다. 미국이 프랑스에 대해 보복에 나서면서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던 다른 국가들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가려져 있지만 미국과 EU도 지난해부터 관세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EU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맞서 EU는 오렌지주스, 땅콩 등 농산품과 오토바이 등에 맞불 관세를 놓았다. 또한 미국은 최근 EU 공산품과 농산물에 고율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고, 유럽산 자동차와 그 부품에 대한 고율관세도 검토하고 있다. EU집행위는 미국이 지난 4월 관세 표적을 작성하자 이에 맞불 관세를 놓을 제품의 목록도 준비해놓은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은 “디지털세에 대한 이번 USTR의 조사 때문에 향후 미국과 EU의 무역협상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미국은 EU와 양자협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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