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한·일 무역갈등 속 한국 기업 투자 급감 경고

국민일보

S&P, 한·일 무역갈등 속 한국 기업 투자 급감 경고

한 GDP 성장률 2.4→ 2.0% 하향… 미·중 무역전쟁, 아태 지역 피해 커

입력 2019-07-12 04:09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기업 투자 급감을 경고했다. 대외여건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자 기업들이 미래 예측을 하지 못하면서 투자 결정에 소극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가 촉발한 한·일 무역갈등을 우려했다. 정치·외교 이슈가 경제를 뒤흔들면서 한국의 투자와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S&P는 무역갈등을 마무리 짓고 서둘러 경기부양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S&P를 초청해 ‘글로벌 경제의 대립구도 속 신용위험’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강연자로 나선 숀 로치 S&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일 관계 이슈는 정치적 요인이 큰 사안이라 예상하기 어려워 더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어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향후 성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시점에서 한·일 무역갈등의 영향을 수치로 정형화하기엔 시기상조라면서 “한국은 개방경제인 데다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성장률 조정치가 하향 조정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S&P는 한·일 무역갈등의 위험성을 반영하지 않았는 데도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0%로 내렸다.

한국 기업의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박준홍 S&P 이사는 한·일 무역갈등의 직접 영향권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을 지목했다. 박 이사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분야의 감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전체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반등해 완충작용을 할 수 있다”며 “감산을 하게 되면 기업들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S&P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의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미래 성장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은 ‘실질 투자성장률’인데, 무역의존도가 높은 아태지역의 올해 1분기 실질 투자성장률이 -1.5%로 최근 7년 중 최저치”라고 했다.

킴엥탄 S&P 아태지역 국가 신용평가팀 상무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다자주의 무역의 수혜를 많이 받는 지역이었는데, 미·중 무역전쟁으로 가장 피해가 크다”면서 “보호무역 기조가 각국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모든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S&P는 한국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내수에 초점을 맞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한국 성장률은 과도하게 낮은 수준으로 내수를 올려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며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가계부채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과 재정 부양책을 균형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튼튼하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에 걸쳐 경기부양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킴엥탄 상무 역시 “한국은 추가경정예산 등 경제성장의 압박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아직 남아있다.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일본과의 정치적 갈등을 빨리 해결하고 내수 주도 경제성장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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