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국토부, 시민단체 제안 무시할 ‘공시가격’ 간담회 왜 했나

국민일보

[단독] 청·국토부, 시민단체 제안 무시할 ‘공시가격’ 간담회 왜 했나

반발 잠재우기 ‘요식행위’ 불과

입력 2019-07-15 04:10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이달 초에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를 주제로 시민사회단체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면서 개선 제안을 처음부터 무시하자고 결정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후속 조치’를 아예 내놓지 말자고 사전에 합의했던 것이다.

정부는 시민사회단체들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소통의 자리’로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실제 간담회는 시민사회단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요식행위’였던 셈이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청와대와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 모처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와 관련한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주재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조율하고 참석자들 토론을 주도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토지정의시민연대, 세종대 임재만 교수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간담회 성격을 ‘공시가격 제도 관련 정부·시민사회 간 소통의 자리’라고 설명한다.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투명성과 공정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런 오해를 풀고 향후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간담회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약 한달 전부터 간담회 개최를 결정했다. 시민사회와 정부가 소통하기 위해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비공개 간담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국토부는 간담회 개최 계획 자체를 ‘대외비’로 분류했다.

간담회에서 주요 의제는 ‘부동산 공시가격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이었다. 부동산 공시가격의 낮은 현실화율(시세 반영률), 공시가격 조사과정의 불투명성,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의 부재, 지방자치단체로의 공시가격 조사업무 이관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그런데 청와대와 국토부는 간담회를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사전 합의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국토부 문건(‘주택토지실 업무추진계획’)에는 “시민사회수석실과 협의하여 자료 공개 등 추가적인 후속조치 없이 공시가격 관련 정책 방향을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자리로 추진하겠다”는 ‘후속조치 계획’이 명시됐다. 별도 후속조치는 없다는 의미다. 간담회 성격을 처음부터 ‘단순 소통’으로 규정하고, 간담회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정책에 반영하는 계획은 세우지 않은 것이다.

간담회의 토론 방식도 ‘일방통보’로 짜여졌다. 문건에는 “경실련에서 공시가격 문제점 및 개선방안 관련 발제를 하면 참석자들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고 “국토부는 발제 및 토론에서 제기된 쟁점과 관련해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명시됐다. 시민사회단체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면 마지막에야 정부가 이미 결정돼 있던 입장만 밝히겠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하며 합의점을 찾으려고 한 게 아니라 불만을 토로하는 기회만 주려 한 셈이다.

실제 간담회에서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치 등 주요 정책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비공개하겠다며 기존 원칙을 되풀이했다고 전해진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공개하면 부동산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만 준다는 게 이유다. 반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 조사 과정에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 감사원 조사 결과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고 공시가격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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