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용부, ILO 핵심협약 비준 의뢰… 공식 비준 절차 시작됐다

국민일보

[단독] 고용부, ILO 핵심협약 비준 의뢰… 공식 비준 절차 시작됐다

외교부에 미비준 3개 협약 의뢰… 비준안 통과 땐 국내법 개정해야

입력 2019-07-26 04:02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지난달 17일 민주노총 조합원과 ILO긴급행동 관계자들이 ILO 핵심협약의 조건 없는 비준을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용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과 관련해 외교부에 비준 의뢰를 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노사정 핫이슈 중 하나인 ILO 핵심협약 국회 비준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비준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고용부는 이날 ILO 미비준 4개 핵심협약 중 3개 협약에 대해 외교부에 지난 22일 비준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는 고용부가 관계부처 협의와 노사단체 의견수렴 절차를 마친 뒤 외교부에 비준 의뢰한다. 이어 외교부 국제조약국에서 이를 검토해 법제처에 법률 심사를 의뢰하면 비준 동의안이 완성된다. 이후 비준 동의안은 청와대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받아 국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고용부의 이번 비준 의뢰는 정부의 ILO 핵심협약의 공식적인 비준 절차가 시작됐다는 의미가 있다. 또 정부가 노사단체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ILO는 각국과 맺은 189개 협약 가운데 8개를 핵심협약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 가입 이후 이중차별과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4개 항목만 비준했고,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관련 4개 항목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 중 결사의 자유 협약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협약 제29호 등 3개의 협약에 대한 비준을 준비 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강제노동 협약 제105호는 우리나라 형벌체계, 분단국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이뤄지면 이에 맞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국내법 개정이 이뤄진다.

정부가 계속 끌었던 ILO 핵심협약 비준에 속도를 내는 까닭은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합의 후 이를 추진하려 했지만 경사노위는 지난 5월 이후 공전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유럽연합(EU)이 이를 빌미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EU는 이달 초 한국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과 관련해 전문가 패널 소집까지 요청한 상태다. 전문가 패널 소집은 사실상 무역 제재를 위한 절차다. 패널이 한국의 한·EU FTA 위반 결론을 내리면 통관 강화 등 여러 비관세 제재를 받을 우려가 크다. 또 FTA 역사상 최초로 노동 조항을 위반한 ‘노동권 후진국’이란 오명도 쓰게 된다.

다만 노사정 갈등에 야당의 반발로 실제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노동계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강화할 수 있어 찬성하고 있지만 경영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경영계는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등이 처리된 후 국회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선 관계부처 협의와 노사단체 의견수렴을 거쳤다”며 “비준 관련 법률 개정안은 전문가들은 중심으로 간담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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