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장민] 미국과 비슷해진 한국 성장잠재력

국민일보

[경제시평-장민] 미국과 비슷해진 한국 성장잠재력

입력 2019-07-30 04:02

얼마 전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낮추자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눈을 더 끈 수치는 성장률 전망에 가려져 부각되지 않았던 잠재성장률 추정치였다. 같은 날 한은은 새로운 인구추계, 노동시장 구조변화 등을 반영해 재추정한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이 2.5~2.6%라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이 처음으로 2%대 중반의 잠재성장률을 공식화한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 가능한 성장률이다. 따라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우리 경제가 앞으로 2%대 중반의 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도 놀랍다. 한은이 2016~2020년 연평균 잠재성장률을 2.7~2.8%로 추정한 점을 고려해 2016~2018년 잠재성장률을 2.8~2.9%로 본다면 몇 년 사이 잠재성장률이 0.3% 포인트나 하락했다.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2%대 초반임을 떠올려보면 우리 경제가 얼마나 빠르게 늙어가는지 알 수 있다. 사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급락 경고는 오래전부터 학계나 국제기구 등에서 제기돼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장기전망에서 2050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대 초반으로 OECD 평균 2% 수준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국가와의 경제력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확대될 것이라는 뜻이지만 OECD가 우리나라의 2020년대 평균 잠재성장률을 2%대 중후반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마저도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면 경제는 활력을 잃고 결국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금리 인하나 추경 등 경기대응 정책이 일시적으로 성장률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한은이 지적한 잠재성장률 급락 요인은 투자부진과 인구증가세 둔화 등에 따른 자본과 노동 투입 기여도 하락이다. 같은 문제에 부딪혔던 미국은 규제완화 정책, 노동시장 미스매치 완화 등을 통해 자본과 노동 투입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2010년 1% 수준이었던 잠재성장률을 2%대 초반까지 끌어올렸다.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는 규제완화, 노동시장 개혁 등 구조적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미국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훨씬 심각한 과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저출산 문제이다. 저출산에서 비롯되는 우리나라의 노동력 감소 추세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나 노동시장 미스매치 완화 등을 통해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달 국민경제자문회의 주최 학술대회에서 제기된 2020년 잠재성장률 1%대 주장도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주된 근거였다. 물론 정부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직속위원회를 출범시켜 대응해 왔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져 2017년에 인구대체율인 2.1의 절반에 불과한 1.05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0.98로 세계적으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기존의 방법이 안 통하면 완전히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에 직면했던 일본은 다양한 대응을 통해 2005년 1.26이던 출산율을 10년 만에 1.45까지 높였다. 2016년에는 50년 후에도 인구 1억을 유지하기 위해 출산율을 1.8로 높인다는 ‘1억총활약계획’을 2단계 아베노믹스의 핵심의제로 설정하고 담당 장관직을 신설했다. 우리도 저출산 대응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놓고 대응시스템을 확 바꾸어 보자. 저출산 대응전담기구를 만들어 기존 정책들을 백지상태에서 검토하도록 하자. 육아, 교육, 주택, 복지 등 저출산 대응에 필요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권한도 주자. 당장 출산율을 높인다 하더라도 노동시장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25년이 넘게 걸린다. 그야말로 전력투구해야 할 때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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