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난민심사지침 공개하라” 대법 판결, 9년째 뭉갠 법무부

국민일보

[단독] “난민심사지침 공개하라” 대법 판결, 9년째 뭉갠 법무부

2007년 판결 직후 3년만 공개… 안보·외교관계 등 이유로 거부

입력 2019-07-30 04:01

법무부가 난민 심사의 기준이 되는 ‘난민심사업무처리지침’(이하 난민지침)을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9년 넘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난민신청자들은 최장 1년이 걸리는 심사 과정에서 인정·불인정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언제쯤 결과를 통보받을지 모른 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29일 법무부와 난민 관련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난민지침을 공개하라는 한 인권단체의 요청을 거부했다. ‘국가안전보장 및 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 이익과 직결되는 사항’이라는 이유에서다. 법무부가 난민지침을 공개한 건 2010년 6월이 마지막이다. 이후 9년 동안 이 지침이 어떻게 달라져 심사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난민신청자를 돕는 단체들은 9년 전 지침을 토대로 이후 나온 결정들을 사례별로 분석해 때때로 달라지는 심사에 대비하고 있다.

법무부의 비공개 행태는 2007년 9월 대법원 판결과 배치된다는 게 난민 단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2006년 난민지침 공개를 거부해온 법무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해 1년8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법무부가 1, 2심에서 연달아 패소한 뒤 상고했지만 대법원 결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당시 법무부가 제시한 근거는 난민지침이 정보공개청구법에 규정된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실무 기준을 공개한다고 해서 국가 안전을 해할 목적으로 악용되거나 난민 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에 대한 관리 감독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 지침에 운명이 좌우되는 난민 신청자는 지난해에만 1만6173명에 달한다. 예멘 출신 A씨도 그중 한 명이다. 2012년부터 종교적 이유로 한국에 머물던 A씨는 예멘 내전이 격화되는 것을 보고 지난해 난민심사를 신청했다. 2017년까지는 난민 신청자에게 심사 종료 때까지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G1 비자가 발급됐지만 A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비자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A씨는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없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교회에서 지원하는 생활비로 버티고 있다. 이란 난민 중학생으로 잘 알려진 김민혁군의 아버지도 지난달 11일 난민 신청 재심사를 받았는데 최근에야 심사 기간이 내년 2월까지로 연장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 인정 등의 결정은 신청서를 접수한 날부터 6개월 내에 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6개월 연장할 수 있다. 난민인권센터의 김연주 변호사는 “현재 공유되는 지침은 개별 결정 사례를 복기하고 난민 신청자가 불인정 통보를 받은 뒤 행정소송에 들어가 간접적으로 알게 된 것들을 퍼즐 맞추듯 종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2013년 난민법이 시행된 이후 지침 내용 자체가 실무적 성격이 훨씬 강해졌다”며 “체류·처우에 관한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공개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사 결과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해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지침 개정으로 공개가 가능한 부분을 늘리거나 혹은 다른 보완책을 찾아 심사 과정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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