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수군통제영’ 경남 통영, 더위 식히며 선조들의 평화 염원을 되새긴다

국민일보

‘삼도수군통제영’ 경남 통영, 더위 식히며 선조들의 평화 염원을 되새긴다

입력 2019-07-31 19:52
경남 통영시 문화동 삼도수군통제영의 핵심 객사인 세병관 앞으로 백화당과 ‘통제영 12공방’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벽 없이 사방으로 트인 세병관에 서면 강구안, 동피랑, 서피랑, 미륵산 등 통영의 주요 관광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임진왜란에 이어 정유재란이 일어난 1597년. 조선 수군이 경남 거제도 앞 칠천량 해전에서 궤멸된 뒤 도원수 권율 장군 밑에서 백의종군하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8월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곳은 경남 통영이다. 이곳에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가 곳곳에 배어 있다. 더위도 식히면서 여유 있게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기에 안성맞춤이다.

삼도수군통제영은 요즘으로 치면 해군 총사령부에 해당한다. ‘통영’이란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팔도의 물산과 장인이 몰려들며 군사도시로 성장한 통영의 역사를 대변해주는 곳이다. 입구에 망일루가 우뚝하다. 하루 두 번 종을 쳐 시간을 알리던 곳이다. 2층에 오르면 염천의 삼복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스쳐간다. 강구안부터 동피랑, 서피랑, 미륵산까지 통영의 주요 관광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어 가파른 계단을 올라 출입문인 지과문을 지난다. 그칠 지(止) 전쟁 과(戈), 즉 전쟁을 멈추는 문이다. 두 글자를 합치면 굳셀 무(武)가 된다. 지과문을 지나면 웅장한 세병관(洗兵館)이 나타난다. 삼도수군통제영의 핵심인 객사 건물이다. ‘세병’이란 이름은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세병마행(洗兵馬行)’의 마지막 구절 ‘정세병갑장불용(淨洗兵甲長不用)’에서 빌어온 것이다. ‘병기를 닦아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안녹산의 난 때 적군에게 포로가 되는 등 전쟁에 시달렸던 두보의 바람이 평화를 염원하는 선조들의 깊은 뜻으로 연결된다.

국보 305호인 세병관은 1603년 제6대 통제사 이경준이 지은 건물로 정면 9칸, 측면 5칸의 당당함을 풍기는 건축물이다. 통제영 100여 관아 중 가장 먼저 건립됐다. 서울 경복궁 경회루, 전남 여수 진남관과 더불어 가장 큰 바닥 면적을 자랑하는 목조건물이다. 이순신 장군은 여수 진남관에서 실제 근무했지만 삼도수군통제사라는 자격으로 세병관에서 근무한 적은 없다. 벽 없이 사방으로 뚫린 구조여서 폭염에 통영 시민들이 무시로 드나드는 인기 피서지다. 신발을 벗고 세병관에 오르면 천연 에어컨이 따로 없다.

통제영 백화당에서 진행되는 나전칠기 체험.

세병관 왼쪽 뒤쪽으로 난 작은 문을 지나면 ‘통제영 12공방’과 백화당이 나온다.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만큼 경상·전라·충청 등 전국 장인이 모여 군수품과 진상품을 만들던 것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영갓, 두석, 대발, 소반, 나전, 소목장, 부채, 전통한선에 대해 국가무형문화재를 비롯해 다양한 공예 장인들의 작품제작 시연과 해설을 들으며 체험할 수 있다. 통제영 12공방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19 지역문화 대표 브랜드 대상’에 선정됐다.

삼도수군통제영 인근에 이 충무공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 많다. 명나라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팔사품이 전시된 충렬사가 있고, 바로 앞 강구안에서는 거북머리 밑에 귀신머리가 있는 전라 좌수영 거북선과 서울시에서 건너온 한강거북선, 빠른 속도로 운항하면서 화포를 사용할 수 있는 통제영 거북선 등 총 세 종류의 거북선을 볼 수 있다.

통영의 미륵산(461m)을 즐겨도 좋다.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를 타면 정상 인근에 쉽게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는 1975m의 길이로, 이동하는 길과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통영 시내와 바다 등 탁 트인 풍경을 둘러볼 수 있다. 상부 승강장에서 내려 나무데크 길을 따라 10분쯤 오르면 정상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섬들이 옹기종기 떠 있는 파란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통영케이블카 아래 위치한 ‘스카이라인 루지’.

통영케이블카 하부터미널 건너편에 통영 ‘스카이라인 루지’가 위치한다. 리프트를 타고 출발지점으로 올라간 뒤 특수하게 제작된 썰매를 타고 내리막을 질주하는 레포츠다. 꼬불꼬불한 길을 스릴있게 내려오면서 통영시와 바다, 주변 섬이 조화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메모

한상차림 ‘다찌’·충무김밥… 먹거리 풍요
일몰 때 산양일주도로 드라이브 ‘환상’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통영에 가려면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대전까지 간 다음 통영대전고속도로를 타고 통영나들목에서 빠져 도심으로 들어선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나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4시간15분 정도 걸린다.

통영의 바다는 먹거리를 풍요롭게 한다. 통영의 한상차림인 ‘다찌’가 독특하다. 충무김밥을 빼놓을 수 없다. 뚱보할매김밥집이 원조로 꼽힌다. 오미사꿀빵, 시래깃국 등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에서 본 통영 시내 방향 일몰.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는 통영의 그림 같은 바다를 내 집처럼 품을 수 있게 해준다. 19층 건물의 246개 객실 모두 전용 테라스를 갖추고 있어 탁 트인 전망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산양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다. 중화마을부터 달아전망대까지 2㎞ 구간이 최고의 낭만을 자랑한다. 해질 때 이 길을 달리면 환상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이밖에 동피랑, 서피랑 등 볼거리가 많다.

통영=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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