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 일본기업들, 수년 전부터 화학물질 규제 완화 요구해 왔다

국민일보

[단독] 주한 일본기업들, 수년 전부터 화학물질 규제 완화 요구해 왔다

“정치 상황 따라 부당하게 과세”… 한국 정부에 억지 주장도

입력 2019-08-01 04:07 수정 2019-08-01 09:54

주한 일본기업들이 수년 전부터 화학물질 취급 규제 완화를 한국 정부에 요청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화학물질을 허술하게 관리했다며 한국에 수출 규제 조치를 내렸는데, 정작 일본 기업은 한국의 화학물질 관리제도가 엄격하다며 완화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의 ‘엇박자’는 주한 일본 기업인 모임인 서울재팬클럽이 지난해 한국 정부의 화학물질 이력추적관리제도의 도입 재검토를 촉구(국민일보 7월 30일자 1면 보도)한 행태에서도 이미 드러났다. 재팬클럽이 여러 해에 걸쳐 한국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에는 한국 정부와 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과 비하, 때로는 황당한 요구도 담겨 있었다.

국민일보가 31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재팬클럽의 2015년 건의서에 따르면 재팬클럽은 당해 시행된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및 하위법령의 개정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규제가 엄격하니 완화해 달라는 취지였다.

재팬클럽은 건의서에서 “화관법 등은 화학사고, 장외 영향평가서 작성 등과 관련해 상당한 준비기간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화학품을 취급하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고 적시했다. 시간과 비용면에서 기업 부담이 우려되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 달라는 요구였다. 재팬클럽은 이듬해에도 화관법의 요건이 엄격하다며 규제 완화를 거듭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건의서에 따르면 재팬클럽은 해마다 한국 정부에 정책 시정 등을 요구해 왔다. 노동, 세무, 금융, 산업, 보건·위생 등 건의 분야는 다양했다. 재팬클럽은 2014년 제출한 과세행정 관련 건의서에서 “조사대상 기업이 예년에 비해 엄격한 조사를 받고 있으며, 납득할 수 없는 세금 추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당시는 박근혜정부가 복지예산 재원 확보를 명목으로 탈세 적발 등 지하경제 양성화에 드라이브를 걸던 때였다.

지난해 4월 건의서에는 “(한국 과세 당국이) 정치 상황이나 경기 동향의 변화에 따라 재량적 판단으로 부당하게 과세하면 일본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세수 감소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마치 한국의 과세 당국이 정치 상황 등에 따라 임의로 세금을 매기는 국가인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너무 황당무계한 주장이라 대응할 가치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재팬클럽의 요구사항 중에는 다소 황당한 내용도 포함됐다. 2015년 건의서에서 “자동차로 서울시내로 이동하는 경우 대당 최소 승차인원 제한을 도입하고 시내 주차요금과 고속도로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오염 배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기배출부과금제도를 두고선 ‘기업에 부과금 부담을 강요하는 제도’라고 혹평했다. 이듬해 건의서에서는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운영 의무화 규정을 두고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기업 부담 가중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일본 제품의 수입 통관 시 방사능 수치 측정 등을 위한 샘플 표본조사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수입품 샘플 표본조사를 위해 상자를 개봉하면 상자에 포장된 상품을 출하하지 못하고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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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종선 전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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