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칼럼] 육아, 하나라서 힘들다

국민일보

[와이드칼럼] 육아, 하나라서 힘들다

입력 2019-08-05 22:16 수정 2019-08-06 17:41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요즘 엄마들은 아이 하나 키우면서도 너무 힘들어한다. 둘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한번은 이런 질문을 받았다. “박사님, 육아가 너무 힘들어요. 차라리 밖에서 일하는 게 더 쉬워요.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든데, 양가 부모님께서 자꾸 둘째를 낳으라고 해요.” 내가 답했다. “하나라서 더 힘든 것입니다. 둘을 키우시면 더 쉽죠.” 그러자 놀란 눈초리로 쳐다본다.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일까.

뇌 검사와 상담, 자녀교육에 대해 25년 넘게 강의해 오면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상담했다. 종종 아이 하나를 둔 부모가 오히려 여러 자녀를 둔 부모보다 육아가 힘들다고 상담해 오기도 한다. 한 아이 키우기 힘들다고 말하는 부모에게, 둘이나 셋을 키우는 일이 그보다 쉽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 위로는 형님과 누님이 있고 아래로는 두 살 터울 동생이 있다. 사남매 중 중간인 셈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농사일로 늘 바쁘셨다. 나와 동생을 돌보는 일은 언제나 나보다 세 살 많은 누님 몫이었다. 점심을 차려 주고, 실내화와 교복을 빨아 줬다. 내 몫은 남동생을 데리고 다니며 노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집이 넓지 않다 보니, 밥을 먹은 후 밖에서 놀았다. 조금 불편했지만, 동생을 챙겨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기억이 난다.

미국의 한 가정이 한국에 소개됐던 적이 있다. 친자녀 셋과 입양한 자녀 일곱, 도합 열 명을 키우면서 사는 집이었다. 그중에는 장애아도 있었다. 아침이 되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서 다른 아이를 도왔다. 서로 돕고 챙기는 일이 이미 훈련돼 있었다. 나는 이런 아이들 모습에 주목하게 됐다. 큰 아이들은 동생을 챙겨 주면서 우뇌가 발달했고, 남을 돕는 훈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것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 일이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부모가 사랑을 잘못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가 할 일을 다 챙겨 주는 것을 사랑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말 사랑한다면 스스로 서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보통 만 3세가 되면 유치원을 다닌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이제 너도 유치원을 다녀야 하니, 스스로 준비를 해야 한단다”라고 말하며 스스로 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혼자 양치질하고 세면하는 훈련 역시 필요하다. 혼자서 밥 먹는 훈련은 기본적인 것이다. 혼자 계절에 맞는 옷을 찾아 입는 훈련, 유치원 갈 준비물을 챙기는 훈련 등이 자연스러운 나이다.

많은 어머니가 유치원에 가서 배우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 챙겨 줘서 보낸다. 반면, 유치원에서는 점심 먹고 양치질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가지고 논 장난감을 치우는 훈련, 식사가 끝났을 때 도시락을 챙기는 훈련 등 생활 습관을 하나하나 기른다. 아이들은 잘 따라하고 쉽게 터득한다. 가정에서는 챙겨주고 유치원에서는 스스로 한다면, 이 아이의 뇌에는 혼란이 온다. 집에만 가면 어린아이지만, 유치원에서는 의젓하다. 결국 유치원을 졸업하고 나면, 다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 버린다. 아이 하나에게 다 해 주려니, 아이가 크면 클수록 엄마는 더 힘들게 되는 것이다.

둘째, 자녀가 여럿일 경우, 아이들은 서로 양보하고 다투고 소통하면서 사회성 발달과 융합의 뇌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자녀가 하나인 경우, 아이와 부모는 서로 끊임없이 충돌하며 힘든 성장통을 치른다.

다시 말해,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서로 나누고 배려하고 다투면서 사회성과 융통성을 배운다. 자녀가 하나면, 부모가 챙겨주든 명령하든 진정한 소통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사회성도 결여된다. 엄마하고만 놀아야 하니 엄마도 지칠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든 경쟁력은 그 나라 출산율에 비례한다. 그렇다면, 가정의 경쟁력도 자녀 수에 비례한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자녀를 낳는 일은 남자가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내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을 떠나, 나와 아이를 위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홍양표 한국좌우뇌 교육연구소장

◇ 필자는 뇌과학 박사로 리더스브레인상담센터 센터장이다. 극동방송 ‘좋은 아침입니다’와 TV조선 ‘얼마예요?’의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