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하나님이 듣지 않는 기도는 없다

국민일보

[이명희의 인사이트] 하나님이 듣지 않는 기도는 없다

입력 2019-08-10 04:03

빌리 그레이엄의 절친이자 설교 동역자였던 찰스 템플턴은 자신이 하나님을 떠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라이프’지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아프리카 북부의 한 흑인 여자 사진이었다. 그곳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었다. 여자는 죽은 아기를 안고 한없이 야속하다는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템플턴은 ‘이 여자한테 필요한 거는 비뿐이다. 그런데도 비를 내려주지 않는 신이 과연 사랑과 자비의 창조주란 말인가’라고 탄식했다. 전도자로서 그레이엄을 능가할 것이라고까지 예측됐던 그는 결국 ‘하나님과의 작별: 내가 기독교 신앙을 거부하는 이유’라는 책을 쓰고 하나님을 떠났다.

정의의 하나님이 계시다면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한가. 악한 자들이 활개 치고 선한 이들이 고통을 당한다. 사랑의 하나님이라면 피지도 않은 무고한 어린아이들이 내전의 참상 속에 스러져가는 것을 왜 지켜보고만 있는가.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친필 편지에 쓴 것처럼 신이란 인간의 나약함을 표현한 결과물에 불과한가. 리처드 도킨스 표현대로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인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닥칠 때, 아무리 기도해도 하나님이 들어주시지 않을 때 어떤 이들은 낙심하고 하나님을 떠나기도 한다. 기도하면 다 들어준다고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나님이 졸고 계신가. 아니면 너무 많은 기도를 듣다보니 내 기도는 듣지 못하시는 것일까.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는 기도의 법칙을 이렇게 설명한다. 기도는 내가 구매하고 싶은 쇼핑 리스트를 들이미는 게 아니다. 하나님은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나오는 힘센 종이 아니다. 하나님은 나를 나보다 더 잘 알고 더 사랑하는 분이다. 기도는 하나님과 나의 사귐이다. 하나님이 듣지 않는 기도는 없다. 들을 수 없는 기도가 있을 뿐이다. 하나님이 내 삶의 주인이 아니고 내가 하나님의 주인이 될 때, 하나님의 뜻이 더 크고 넓을 때 우리의 기도를 일시적으로 거절하기도 한다. 그는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 게 아니라 우리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성숙한 사람으로 빚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굳건한 신앙 위에 선 사람들은 하나님께 기도하는 순간 다 이뤄주신 것으로 믿는다. 지난달 출간된 ‘교회오빠 이관희’는 지독한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을 저버리지 않고 하나님만 바라보고 가는 참 신앙인의 전범(典範)을 보여준다. “질병을 만나서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큰 기적이고 하나님의 은혜인지 깨닫게 됐다”고 고백하는 이관희는 크리스천이 아닌 PD의 눈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어머니의 극단적인 선택 앞에서 “어떤 환란이 닥쳐와도 주님을 변함없이 사랑하겠습니다. 절대 주님을 배신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고백하고, 남편의 임종을 보며 천국 백성 삼아주신 것에 감사기도를 올리는 이들 부부를 크리스천인 나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관희·오은주 부부의 암투병 과정을 다큐멘터리와 영화 속에 담아낸 PD가 책 속에서 전한 이관희의 인터뷰 중 나에게 가장 와닿은 구절은 이거다. 그는 정말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는 기도는 무조건 나을 거라는 목사님들의 기복적인 기도가 아니라 십자가 앞에 내가 얼마나 죄인 된 사람인지 깨닫게 해주고 또 그 십자가의 능력으로 죄 사함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그 감격을 일깨워주는 기도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절대 거두지 말라는 그런 권면의 기도를 들었을 때 마음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많이 난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암 투병 중인 어느 선배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다. “나를 귀하게 쓰시려는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주님의 은혜로 믿음 충만한 나와 우리로 거듭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선배는 몇 차례 항암주사를 맞은 뒤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때도 “하나님이 고쳐주시니 병원 검사에 연연하지 않아요. 아멘” 했다. “주님 생각하시는 때와 시기가 있을 테니 믿음 가운데 기다려야지.” 아내와 쑥을 캐다 찾은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내주면서는 “행운 다 가지쇼”라고 했다. 얼마 전 폐렴으로 입원했을 때는 병문안 간 지인들에게 필담으로 “하나님께서 완치시켜주시는 과정입니다”라고 했다. 간증 영상을 보고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의 치유 능력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 그의 확고한 믿음에 숙연해진다. 지금 이 순간도 앉은뱅이를 걷게 하시고 나병 환자를 깨끗게 하신 주님께서 믿음대로 역사하실 것을 믿는다.

이명희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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