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려한’ 합천 하늘, 은하수 흘러 폭포수로 쏟아지다

국민일보

‘水려한’ 합천 하늘, 은하수 흘러 폭포수로 쏟아지다

경남 합천에서 여름 사냥

입력 2019-08-07 18:07 수정 2019-08-07 21:59
경남 합천군 용주면 황계폭포 위로 은하수가 이어지면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이 폭포수로 내려오는 듯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한여름 무더위를 날릴 만큼 시원하다.

‘달아낸 듯 한 줄기 물 은하수처럼 쏟아지니/구르던 돌 어느새 만 섬의 옥돌로 변했구나/내일 아침 여러분들 논의 그리 각박하지 않으리/물과 돌 탐내고 또 사람까지도 탐낸다 해서.’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조선 중기 영남지방의 대학자 남명 조식(南冥 曺植·1501~1572년) 선생이 합천군 용주면에 있는 황계폭포를 유람하고 지은 시 ‘황계폭포’의 전문이다. 폭포 아래 자연정(紫煙亭) 옆에 시비가 서 있다.

황계폭포는 2단으로 이뤄져 있다. ‘한 줄기 물 은하수’는 상단 폭포를, ‘만 섬의 옥돌이 변한’ 곳은 비스듬히 누운 하단 폭포를 빗댄 것으로 보인다. 상단에서 15m 높이를 수직으로 낙하한 물은 하단에서 20m 길이로 ‘천연 미끄럼틀’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영남을 대표하는 명품 폭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황계폭포는 ‘합천 8경’ 중 제7경이다. 벌거숭이 산에서 내려오는 황토물이 시내를 흐른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대병면 허굴산(682m)에서 발원한 계류가 모여 황계(黃溪)가 돼 황강으로 흘러든다. 폭포는 황강의 가장 상류부에 존재한다.

황계마을 주차장에서 잘 정비된 평탄한 길을 5분쯤 걸으면 자연정이 나온다. 1810년쯤 지어진 자연정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한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의 제1구 ‘日照香爐生紫煙(일조향로생자연)’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이곳에서 나무데크를 따라가면 바로 하단폭포 앞에 다다른다. 넓은 소(沼) 주위에 여러 사람이 쉬어가기 좋게 긴 의자들이 놓여 있다.

물을 건너면 하단 폭포 왼쪽으로 나무데크 계단이 이어진다. 하단 폭포를 올라서면 눈앞에 거대한 절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국내 내로라하는 폭포들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좁은 계곡 끝에서 만나는 황계폭포는 실제보다 훨씬 큰 높이와 폭으로 다가온다.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물벼락이 쏟아진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하늘로 피어오른다. 마치 용이 승천하는 듯한 분위기다. 한여름 무더위도 날릴 만큼 시원하다. 폭포 안쪽 암벽에 한자로 이름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폭포수 좌우로 마치 독수리 날개처럼 펼쳐진 절벽이 폭포에 멋스러움을 더한다. 합천군 관광안내서에 ‘폭포 아래 소는 명주실 한 꾸러미가 다 들어가도 닿지 않을 정도로 깊다’며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옛 선비들이 승경에 도취해 저 유명한 중국의 여산폭포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적혀 있다. 판소리를 소재로 한 영화 ‘도리화가’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낮에 보는 폭포도 아름답지만 밤에 보면 더욱 황홀하다. 달빛이 거의 없는 맑은 날 찾으면 하늘로 이어진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밤하늘 은하수가 폭포수가 돼 쏟아지는 듯하다. 여태 보지 못한 장엄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황강을 따라 합천읍에 이르면 강변에 함벽루가 있다. 1321년 창건돼 여러 차례 중건된 2층 누각이다. 처마 물이 곧장 강물에 떨어질 정도로 황강에 바짝 붙어 있다. 시인묵객들이 수많은 편액을 남겼다. 뒤쪽 암벽에 새겨진 ‘함벽루’ 세 글자는 우암 송시열의 것이다. 남명 선생도 글을 보탰다. 건너편은 황강레포츠공원이다. 다양한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날리기에 그만이다.

여행메모

용주면 1026번 지방도 ‘황계폭포’ 이정표
관광公 ‘열린 관광지’ 대장경테마파크


황계폭포는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 있다. 용주면 또는 대병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1026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황계폭포 이정표가 나온다. 50m만 가면 황계폭포 입구인 택계교다. 주변에 무료주차장이 넓게 조성돼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합천버스터미널에서 용주·대병·가회행 군내버스를 타고 황계폭포 입구 정류소에 내릴 수 있다. 함벽루는 합천 읍내에서 가깝다.

황계폭포와 10분 남짓 떨어진 대병면 합천댐 일대에 음식점과 펜션이 여럿 있다. 합천댐 아래 합천영상테마파크는 2003년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 제작 당시 조성됐다. 1920년대 경성 시절부터 1980년대 서울의 풍경을 재현해 놓아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

장애인·노약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주관 ‘2018년 열린 관광지’에 선정된 합천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다. 열린 관광지는 장애인·노약자·영유아 동반 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활동의 제약 없이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휠체어 경사로 및 안전바 설치, 경계석 낮춤, 데크 정비 등 관광시설물이 개선됐다. 특히 각 안내판에는 음성 기능을 탑재하고 점자 안내판과 관광지 전체의 시설과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촉지형 안내판을 설치해 시각장애인 등 관광약자에게 무장애 관광동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합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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