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수출규제 시행세칙 발표… 대일 외교력 발휘할 때

국민일보

[사설] 일, 수출규제 시행세칙 발표… 대일 외교력 발휘할 때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만 포함돼… 확전 막기 위해 실무협상 시작해야

입력 2019-08-08 04:01
일본 정부가 7일 공개한 수출규제 시행세칙에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만 포함됐다. 다른 품목을 수출 규제 대상에 추가로 지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직접 타격을 받는 분야는 반도체 부문 외에 더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도 당분간 3개 품목에 대한 대체재 확보만 하면 된다. 하지만 경제 보복이 여기서 그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일본이 우리 소재·부품 산업 대책 등을 지켜본 뒤 공세를 확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의 대응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큰 틀은 전혀 변한 게 없지만 추가 수출규제 품목을 지정하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호흡을 가다듬을 기회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대응 전략을 점검하고 추가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전쟁 중에도 협상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일 간에는 협상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당장 물밑협상부터 시도해야 한다. 마침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론도 비우호적이어서 일본도 끝까지 협상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일 갈등 관련 보고서에서 “일본의 조치가 시기적으로 일본의 참의원 선거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일본의 광범위한 이익에 손상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한국이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상에 임하고,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 시행을 유예하는 것은 물론, 한국 정부도 강제징용 이슈에 대한 국제 중재에 동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한·일 양국이 한발씩 물러나 즉각 실무협상에 돌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일 간 갈등은 최근 들어 충분히 곪아 터졌고 표출될 만큼 표출됐다. 여기서 국익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을 반도체 부문으로 국한한 지금이 협상을 시작할 타이밍이다.

민족 감정이나 자존심만 내세울 때가 아니다. 협상이 결렬돼 어쩔 수 없이 전면적인 경제 전쟁이 벌어졌을 때 내세워도 늦지 않다. 한·일 간에 전면적인 경제 전쟁이 벌어지면 민족 감정이나 자존심뿐만 아니라 모든 국력을 쏟아부어 이겨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는 게 아니라 협상할 시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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