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양가 상한제, 과연 지금이 강행할 때인가

국민일보

[사설] 분양가 상한제, 과연 지금이 강행할 때인가

입력 2019-08-08 04:05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결코 좋은 부동산정책일 수 없다.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데, 분양가 상한제는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줄여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아니라 아예 정부가 가격을 정해주는 것이다. 수요·공급·가격은 항상 상호작용을 하며 균형점을 찾아 움직이게 돼 있다.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상승해 공급을 촉진하고 그렇게 이뤄진 공급은 다시 가격에 하방 압력을 제공하는 사이클이 반복된다. 이 삼각관계에서 가격의 변화도 수요와 공급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인위적으로 한꺼번에 가격을 낮추면 수요는 폭증하고 공급은 급감할 게 분명하다. 이미 사업이 진행돼 어쩔 수 없이 상한제에 맞춰서 분양하는 아파트에는 청약 광풍이 불 테지만, 수지를 맞추기 힘들어 사업을 접거나 보류하는 곳이 훨씬 많을 것이다. 수요자가 선호하는 지역에서 이렇게 신규 공급이 위축되면 이미 지어 놓은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고 이는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부동산정책을 국토교통부가 다음 주 공식 발표해 늦어도 10월부터 시행할 거라고 한다. 일본의 경제 보복 때문에 여당에도 부정적 의견이 많아서 미뤄지는가 싶었는데 결국 강행할 태세다. 시장 왜곡 우려를 감수하며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정말 기대할 수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의문에 덧붙여 이것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지금이 이 제도를 시행할 때인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치달으며 세계경제에 침체 경고등이 켜졌다. 일본이 우리 주력산업을 겨냥해 걸어온 경제전쟁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한껏 높여 놨다.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자칫 1%대로 떨어질 상황이다. 재정을 쓸 곳은 크게 늘었는데 경제가 위축되며 세수(稅收)는 거꾸로 줄어들었다. 생활형 SOC로 경기를 살린다고 도서관 체육관 등 예정에 없던 공사를 만들어서 하는 판국에 일자리 창출과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큰 주택건설을 이렇게 틀어막을 여유가 있는가. 건설 경기를 신경 써야 할 만큼 경제가 어렵지 않다고 본 것인지, 아무리 어려워도 부동산 규제가 먼저라고 생각한 것인지, 정부의 답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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