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현장 노트] “요즘은 전공의가 상전이랍니다”

국민일보

[쿡기자의 현장 노트] “요즘은 전공의가 상전이랍니다”

입력 2019-08-11 19:13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눈에 띄게 변화된 부분은 ‘칼’ 같은 근무시간이다. 전공의특별법에 따라 주당 근무시간 80시간, 연속근무 36시간을 꼬박꼬박 지킨다는 것인데, 그 영향으로 병원에 남아 있는 인력이 줄어들게 되자 과거 전공의가 했던 일을 교수진이 대체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A병원 관계자는 “일례로 전공의의 보조 없이 교수가 수술을 집도한 적이 있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맞춰주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교수들이 전공의를 안 부른다”고 설명했다. B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끼리 하루에 볼 환자 수를 정해서 교수에게 알리기도 한다. 과거엔 전공의가 가장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전공의를 가르치는 사람이나 전문의로 있는 사람이 누리지 못한 현실이라 그것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가 상전’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C병원 관계자는 “법이 있으니 교수진들도 초과근무 등 불합리한 일을 시키지 않는다. 또 그렇게 맞추지 않으면 가뜩이나 부족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가기 때문에 교수진들이 전공의의 ‘눈치’를 본다”고 말했다.

‘요즘 애들이라 그렇다’는 시각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불리는 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들의 특징이 전공의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다. 불합리한 조직문화엔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퇴사를 결심한다.

전공의들이 자기표현을 잘 할 수 있게 된 배경으로 ‘부모의 치맛바람’도 거론된다. A병원 관계자는 “근무 중 무단이탈을 한 전공의의 아버지가 의사여서 징계 최소화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 적이 있었다. 퇴직 시 어머니가 사직서를 제출해 면담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순환근무를 시키지 말아 달라며 병원에 찾아오시는 부모들도 있다. 우리 애 술 못 마신다고 말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전공의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병원 내부에서도 이들의 근무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된 전공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2월 전공의 생활을 마친 A씨는 “아직도 수술과, 지방 병원 등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상전’이라고 비아냥거리면서 의도적으로 업무에서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폭언이나 폭행 등의 문제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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