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동맹보다 돈이 우선인가

국민일보

[사설] 트럼프, 동맹보다 돈이 우선인가

입력 2019-08-09 04: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9602억원에서 1조389억원으로 8.2% 인상됐는데 또, 그것도 대폭 인상하려는 것이다. 50억 달러(약 5조9000억원)로 인상하려 한다는 현지 언론보도까지 나왔다. 한·미 간에 협상이 아직 시작도 안 됐는데 방위비 대폭 인상에 합의했다고 트위터에 올리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5년마다 했던 방위비 인상 협정을 미국의 요구로 1년마다 하기로 했을 때부터 인상 압박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긴 했다. 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미 양국이 합리적 수준에서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한미군은 한·미 모두를 위한 것이다. 한국을 위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하는 것처럼 북한과 중국 등에 대응하는 동북아 안보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은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일례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주한미군 덕분에 발사 후 7초 만에 탐지할 수 있지만 미국 본토에서는 탐지하려면 15분이 걸린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미국 서부에 도달하는데 38분 걸린다. 미사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될 경우를 가정하면 요격을 위해 1분 1초가 급하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 전단을 더 많이 배치해야 한다. 그러면 주한미군 주둔 비용보다 몇 배가 더 든다. 평소 백악관 참모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렇게 설명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돈만 따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갈등 중재를 거부하고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서도 한마디 안 하고 있다.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미국과 상관없다며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에 청구서만 내미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더구나 지금 한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하필 이럴 때 지나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한국민 정서에 상처를 줘 반미감정으로까지 비화될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돈만 따지지 말고 동맹관계부터 생각하기 바란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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