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 사실 공개하지 않은 軍

국민일보

[사설]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 사실 공개하지 않은 軍

입력 2019-08-12 04:02
러시아 군용기가 지난 8일 한국 방공식별구역(카디즈)을 또다시 무단 침입했다. 지난달 23일 우리 영공과 카디즈를 침범한 지 16일 만이다. 러시아 군용기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를 비행하며 카디즈와 일본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우리 군과 일본 자위대는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그런데 일본 군 당국은 이 사실을 공개한 반면, 우리 군은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카디즈 침범을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인가.

청와대는 지난달 러시아 군용기 영공 침범 직후 주한 러시아 대사관 차석 무관의 말만 듣고 러시아 정부가 영공 침범 사실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한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다 몇시간 후 정반대의 러시아 공식 입장을 접하고 머쓱해진 적이 있다. 이번에 군 당국이 카디즈 침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보면 정부가 자꾸 사안을 축소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러시아 군용기가 잇따라 카디즈를 넘어온 것은 계획적인 도발로 봐야 한다. 지난 2일 국회는 당시 영공과 카디즈를 침범한 러시아 등을 상대로 동북아 안전위협 행위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돼 러시아가 국회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또 카디즈를 침범했다. 그런데도 군 당국이 이 사실을 공개조차 안 하는 것은 문제다. 정부는 러시아에 엄중한 경고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 사실을 왜 공개조차 하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과 카디즈 침범은 한국의 영공 방어 시스템과 능력,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떠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북아 지역에서 미·일과 중·러의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다. 러시아 군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계획적으로 영공과 카디즈를 침범했다고 봐야 한다.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가 느슨해진 틈을 탄 것이다. 특히 한·일 두 나라의 가장 약한 고리인 독도 상공 등을 겨냥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중국은 25차례, 러시아는 13차례 카디즈를 침범했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부는 단순히 항의하는데 그치지 말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