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동한 회장 사퇴는 사필귀정이다

국민일보

[사설] 윤동한 회장 사퇴는 사필귀정이다

입력 2019-08-12 04:03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7일 직원조회에서 700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상영한 극우 성향의 유튜브 영상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지 나흘 만이다. 한국콜마는 ‘감정적 대응 대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자는 취지’라고 사과, 해명했으나 사과의 진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파문이 진정되기는커녕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급기야 회사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되자 윤 회장이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사, 소비자, 국민께 거듭 사죄드린다”며 “깊은 반성을 통해 모든 책임을 지고 회사 경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사과했다. 사필귀정이다. 한국콜마는 일본콜마와 합작으로 설립된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 생산방식) 회사다. 일본과 관계가 깊은 회사인 만큼 최근의 한·일 경제전쟁과 관련해 회사 차원의 대책 마련 및 임직원 정신교육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방법이 틀렸다. 내용 또한 사실과 동떨어진 욕설과 막말, 비하로 가득찬 수준 이하다. 일본을 찬양하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막말과 여성을 비하하는 개인 유튜버의 일방적 주장을 어떻게 임직원 교육용 교재로 사용했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한국콜마 직원들에 따르면 윤 회장은 콘텐츠에 공감했다고 한다. 직원에게 튼 문제의 영상도 윤 회장이 편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보복조치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대응이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게 맞다. 취지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린아이도 아닌 임직원에게 CEO의 생각을 주입하고, 강요하는 건 전체주의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 콘텐츠가 문제라는 건 유치원생만 돼도 안다. 그럼에도 걸러지지 않고 버젓이 방송됐다. 한국콜마의 의사결정 구조가 비민주적이라는 확실한 증거다. 국민을 더욱 뿔나게 한 사과 같지 않은 1차 사과도 국민보다 오너 눈치를 더 살핀 결과다. 국민을,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니 국민이, 소비자가 응징에 나서는 건 인과응보다. 윤 회장의 사퇴가 위기 면피용이 돼서는 안 된다. 윤 회장은 경영에 개입할 생각 말고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그나마 국민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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