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은 이제 필요없다”… 北 대놓고 ‘통미봉남’ 행보

국민일보

“南은 이제 필요없다”… 北 대놓고 ‘통미봉남’ 행보

북 ‘청와대는 개… 軍은 똥’ 막말

입력 2019-08-12 04:01 수정 2019-08-12 08:58

북한은 11일 시작된 ‘후반기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을 두고 한국을 향해 훈련 중단이나 성의 있는 해명 없이는 남북 간 접촉을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청와대를 ‘개’로, 한국군의 훈련을 ‘똥’으로 표현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만 협상하고 남한은 배제하는 북한의 전략) 의도를 표출한 것이다. 한국의 중재 없이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북한은 이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권 국장은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해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남북)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청와대의 이러한 작태가 남조선 국민들의 눈에는 안보를 제대로 챙기려는 주인으로 비쳐질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막말을 했다. 한·미 연합훈련 명칭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똥을 꼿꼿하게 싸서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 악취가 안 날 것 같은가”라고 비난했다. 또 한국 정부 당국자들을 ‘바보’로 지칭하기도 했다.

권 국장은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 협상에서 그동안 중재자 역할을 맡아온 문재인정부를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은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 간 소통 채널이 구축됐으니 한국의 중재로 괜한 오해를 낳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북·미 정상이 친서 등을 이용해 직접 소통하면서 이전만큼 한국의 중재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자신들만의 계산법이 있는데, 한국이 이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중재에 나서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노이 노딜’ 사태를 재연하고 싶지 않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마련한 평양공동선언에 영변 핵시설 폐기안을 넣고 미국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미국이 이를 거부하면서 영변 핵시설의 ‘값’만 낮아졌다는 게 김 위원장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 노딜 이후 ‘한국이 개입하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는 인식이 북한 지도층 사이에 팽배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대남 비판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나 미국과의 대화의 판을 엎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은 항상 정상회담 등 협상을 앞두고는 긴장을 증폭시키는 방법을 써 왔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통미봉남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북한은 최근 계속 비슷한 기조의 성명을 내왔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미는 빠른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북·미가 활발히 친서를 교환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했다.

손재호 박세환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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