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對日 감정적 대응 안 돼”… 늦었지만 다행이다

국민일보

[사설] 문 대통령 “對日 감정적 대응 안 돼”… 늦었지만 다행이다

입력 2019-08-13 04:01
日 보복 비판하면서도 냉철한 자세 주문… 백색국가서 일본 제외 맞대응했지만 협상 물꼬 트는 노력 경주해야

정부가 한국의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 국가) 명단에서 일본을 결국 제외했다. 한국도 일본에 더 깐깐한 수출심사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데 대해 맞대응한 것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시행세칙을 개정하면서 불화수소 등 기존 3개 품목 외에 규제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고, 정부도 지난 8일 일본의 백색국가 지정을 유예했었다. 이에 따라 양국이 타협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그렇지만 정부는 일본이 전반적인 기조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예정대로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고 했다. 협상을 벌이는 정부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한 차례 유예한 뒤 일본의 기류, 미국 중재 노력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强) 대 강(强)’으로 가면 양국 모두 패자가 될 것이라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악의 순간에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협상의 물꼬를 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반갑다. 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며 현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흘 후면 광복절로,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의미가 더욱 뜻깊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큰 고통을 받았던 우리로서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일본의 경제보복을 거듭 비판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양국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토대로 민주·인권의 가치로 소통하고 인류애와 평화로 우의를 다진다면 한·일 관계의 장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순신 장군의 12척 배’ 등을 언급하던 때와는 판이하다.

전문가들과 양식 있는 시민들은 대일 정책 방향으로 ‘적대적 민족주의를 탈피하고 미래지향적일 것’을 주문해 왔다. 그리고 냉철하고 전략적으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일회성이 아니라 그러한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을 알리는 메시지이기를 기대한다. 일본도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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