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한 영혼에게 안식처 선물하면 세상 바뀔 것”

국민일보

“소외된 한 영혼에게 안식처 선물하면 세상 바뀔 것”

건축으로 이웃 돕기하는 천근우 ‘바미’ 대표

입력 2019-08-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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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우 건축사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셸터 포 소울’ 전시회에서 소외계층 주거공간 캠페인을 여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우리 주변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 갖자는 취지의 ‘셸터 포 소울(Shelter for Soul)’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 세계 39개국에서 공모한 200개 작품 중 입상한 40개 작품은 각각 누군가를 위한 안식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재미교포 2세대인 한 청년은 1세대 이민자로서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아버지를 위한 안식처 ‘숨(Exhale)’을 기획했다. 도시 한가운데서도 이 공간으로 들어가면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머리 위의 하늘만 대면할 수 있다. 낯선 타국에서 살며 소외된 아버지의 회복을 위한 곳이다.

한 중국계 미국인 여성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울 수 있는 공간을 발표했다. 특히 도시에선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마음껏 울며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이 전시는 ㈔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하고 국제전문인도시건축봉사단 바미(BAMI·Builders As a Mission International)가 주관한다. 전시 총괄책임자인 바미 대표 천근우(59·예수님의사람들교회 권사) 건축사는 ‘셸터 포 소울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천 건축사는 “한 사람에게 영혼의 안식처를 선물하는 것은 그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감하는 사랑의 표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 건축사는 1999년 건축으로 이웃들을 돕기 위해 인터넷상에 ‘한몸 건축인모임’을 만들었다. 2003년 현장사역 중심인 건축선교회로 발전시켰고 국내외에서 건축을 중심으로 한 봉사활동, 건축도시 분야 등의 학술교류 등을 했다. 2007년부터 국제전문인건축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여름 하계건축캠프를 개최하고 봉사활동을 해오다 2010년 비영리민간단체로 바미를 등록했다. 그동안 16개국에서 50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천 건축사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 현장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기아대책의 요청으로 건축전문가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간 그곳은 재난으로 초토화돼 있었다.

“10대 소녀들이 임시 텐트에 살면서 성폭행당하고 매춘을 강요당하고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무방비인 현실이 참담했습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제 자녀 또래 아이들을 내버려 뒀다는 자책을 하지 않을 수 없었죠.”

1500명의 지진 고아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텐트를 기획해 아이티 정부에 제안했다. 아이티 정부는 텐트를 세우기 위한 대지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천 건축사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내 정·재계 인사들과 코스타 집회 등에서 만난 크리스천들에게 호소했다. 아이티 지진 고아들을 위한 합동음악회도 개최하며 열심히 홍보했지만 전체 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해 끝내 열매를 맺지 못했다.

“그때부터 빚진 자의 마음이 있었어요. 아이티를 당장 돕기 힘드니 우리 주위에 있는 한 사람이라도 돕는 운동이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죠. 소외된 한 영혼에 안식처를 선물한다면 세상이 바뀔 것입니다.”

천 건축사는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모든 사람은 따뜻하고 쾌적한 방뿐 아니라 그 영혼을 쉬게 하는 안식처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무엘 막비(Samuel Mockbee)의 말에서 도전받았다. 막비는 일생을 건축사이자 사회계몽가로 헌신한 인물이다.

도시건축봉사단 바미 스태프와 대학생 봉사자들이 2014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주거환경개선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바미 제공

‘독거노인 주거환경 개선작업’을 통해 외로운 노인들이 삶의 희망을 찾는 걸 지켜본 것도 ‘셸터 포 소울 캠페인’의 계기가 됐다. 한 중국교포 할머니는 어릴 때 건너간 동북3성에 살다가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심장병을 앓으며 어두운 반지하방에서 외롭게 살던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며 삶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할머니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바미 스태프 30여명은 2013년 말 반지하방의 곰팡이를 제거하고 도배를 새로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할머니는 이들의 헌신을 지켜보며 감격해했고 신앙도 갖게 됐다. 천 건축사는 이처럼 누군가에게 살 소망을 전해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그냥 쉬면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하루였겠죠. 소망의 통로가 된다는 게 감사할 뿐입니다. 사람을 세우는 건축사가 되고 싶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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