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앞바다에 갈치떼·청새치 출몰… 한반도 아열대 정착?

국민일보

속초 앞바다에 갈치떼·청새치 출몰… 한반도 아열대 정착?

갈치는 처음, 어민 “바다가 미쳤다”… 동해안 51년간 수온 1.43도 상승

입력 2019-08-12 18:50
최근 강원도 속초 청호동 인근 연안에서 포획된 갈치 모습. 길이 40㎝ 이하의 어린 갈치들로 이 일대 방파제에서 루어낚시로도 쉽게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환동해본부 제공

한반도의 여름 기후가 아열대로 변모한 게 한두 해 전이 아니다. 남부지방 내륙에서 망고 재배가 가능해질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삼면 바다 중 가장 차갑다는 강원도 고성과 속초 앞 동해에서 대표적인 난류어종 갈치와 열대어종 청새치가 출몰했다. 경기도에선 말라리아 모기가 급증해 올여름 들어서만 1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12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0년 아열대 지역은 남한 면적의 10.1%, 2060년 26.6%, 2080년 62.3%로 늘어나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권에 속할 전망이다. 미국 지리학자 글렌 트레와다는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을 넘으면 아열대기후라고 정의한다. 제주와 남부지방은 11월에도 평균기온이 10도를 넘어 이미 아열대지역이다.

강원도 속초시에서 32년째 낚시점을 운영 중인 공호진(60)씨는 속초 앞바다에서 갈치떼가 출몰한 걸 보고선 “바다가 미쳤다”고 했다. 지난 6일 동해안으로 태풍 프란시스코가 빠져나간 이후 청호동 방파제를 중심으로 갈치떼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곳에서 잡히는 갈치는 길이 40㎝ 이하의 어린 갈치로, 낚시인들은 방파제에서 루어낚시로 1인당 30~40마리씩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류성 어종으로 제주도와 남해, 서해 등 온대·아열대 해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갈치가 강원도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씨는 “요즘은 제주도에서나 잡히는 벵에돔과 돌돔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해수 온도 상승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51년간 동해 연평균 표층수온은 1.43도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 상승 온도 0.49도에 비해 2.8배가량 높은 것이다.

수온 상승으로 2017년 동해안에서 방어가 3240t 잡혔고 지난해도 4994t이 어획됐다. 남쪽 바다에서 주로 잡히는 참다랑어도 대량으로 잡힌다. 고성 가진항 앞바다 등에 설치된 정치망에 잡힌 참다랑어의 어획량은 13t에 이른다. 지난 11일에는 동해안 최북단 고성 앞바다에선 청새치 한 마리가 어망에 잡히기도 했다. 청새치는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의 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한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파주, 김포 등 7개 시·군을 대상으로 올해 4~7월 말까지 모기밀도를 분석한 결과, 채집된 모기 중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류 비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온 상승에 따른 매개 모기의 증가와 말라리아 환자 수 역시 연관성이 높다. 올해 7개 시·군 지역 내 매개 모기에 의해 말라리아에 감염된 환자 1057건을 분석해보니 7월(24.9%), 6월(21.3%), 8월(21.1%), 9월(11.4%), 5월(11.0%) 순이었다.

속초=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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