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현실을 넘어 진실 볼 때

국민일보

[오늘의 설교] 현실을 넘어 진실 볼 때

사무엘상 13장 11~12절

입력 2019-08-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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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기의 저자는 사울과 다윗 두 인물을 극단적으로 비교하고 독자들에게 제시합니다. 다윗의 행동이 신앙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피력하고 독자들 모두가 다윗의 모범을 따르는 하나님의 사람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본문은 사울의 왕위 등극과 사무엘의 ‘오직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섬기라’는 마지막 설교 다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짧은 왕정 2년여간 선지자와 하나님의 뜻 안에서 얼마나 안정된 정국을 사울이 이끌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울에게 블레셋이라는 큰 문제가 던져집니다. 진정으로 능력 있는 지도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위기이자 기회의 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저자는 이 사건이 기회보다는 위기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블레셋의 병력은 병거(兵車)가 10만이요, 마병(馬兵)이 6000명, 무기를 든 백성은 셀 수도 없었다고 전하기 때문입니다. 어마어마한 병력이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고대전투는 우리나라의 고 싸움처럼 평지에서 병력이 횡대와 종대의 균형을 통해 상대와 맞부딪히며 돌격해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병력이 많은 것이 승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투방식인 것입니다. 19절은 ‘모든 백성이 떨더라’라고 당시 전장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피비린내와 죽어가는 병사들의 신음이 가득한 전장은 두려움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결국 이스라엘 진영의 병력 이탈이 시작됩니다.

길르앗 야베스에서 하나님의 능력으로 암몬을 이긴 경험이 있는 사울은 사무엘의 명을 어기고 병력이 더 이상 동요하지 않도록 자기가 먼저 번제를 드리며 이 전쟁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처음 모였던 3000명의 병력이 이제 600명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울은 이를 문제 삼는 사무엘에게 당당히 이야기합니다.

“엄청난 블레셋 병력은 믹마스에 모였고 겁먹은 백성은 흩어지고 사무엘 당신은 약속을 7일이나 어기며 오질 않아 부득이하게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먼저 내가 번제를 드렸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선지자가 질책한 원인은 그의 내면에 있습니다. 엄청난 블레셋의 위력 앞에 병력의 이탈이 계속된다면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절망적인 현실, 그 앞에 그의 믿음이 철저하게 무너진 것입니다.

사울이 그토록 잘못한 것일까요. 우리 또한 매일의 삶 속에 블레셋을 만납니다. 이길 수 없고 답도 없으며 피할 길 없는 거대한 삶의 무게들, 사울의 하소연이 곧 우리의 외침이고 몸부림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다윗을 소개하며 우리의 이유 있는 항변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동일한 현실, 블레셋 앞에 놓인 다윗의 반응을 보여주는 까닭은 그의 위대함, 사울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너희도 다윗처럼 될 수 있다. 아니 되어야 한다”는 사무엘기 저자의 단호한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사울을 피해 도망 다니던 다윗이 그일라에 몸을 피하고 있을 때 블레셋이 그일라에 내려와 사람들을 해하고 추수한 곡물을 빼앗아가는 일이 발생합니다. 다윗은 격분하며 블레셋과의 싸움을 위해 하나님의 답을 듣기 원합니다.

그와 함께 목숨을 걸고 반 사울 전선에 가담한 동지들은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다윗의 감정에서 촉발된 블레셋과의 싸움을 반대합니다. 이 싸움이 사울의 귀에 들어가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현실에 닥칠 손익계산서를 뒤로하고 결국 그 싸움을 치르게 됩니다. 오히려 사울을 피해 다니던 도망자 생활은 그의 정치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기폭제가 되어 후일에 그의 왕정에 안정을 가져다주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이 곧 진실이 아닐 때가 있는 것입니다.

블레셋 리스크라는 현실 앞에 사울은 무너집니다. 하나님은 보이질 않고 헤쳐나갈 두려운 현실만 바라본 것입니다. 동일한 현실 앞에 다윗은 사울과 블레셋, 그 너머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사무엘기 저자는 시대를 거슬러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사울이 될 것인가, 다윗이 될 것인가.’

강대석 목사(서울 예현교회)

◇강대석 목사는 예현교회를 섬기면서 ㈔남산기독교문화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다음세대를 위해 하나님이 쓰시고 싶어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개방된 청소년 선교훈련을 통해 기도의 일꾼을 만들고, 선교지 방문과 현지 NGO 활동을 통해 비전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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