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별일 없는 삶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별일 없는 삶

입력 2019-08-14 04:05

얼마 전 후배의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계획했던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친구들은 준비했던 시험에 합격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자신만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괴롭다고 말하였다. 학교를 잠시 쉬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주변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서 힘들다고 하였다. 비슷한 고민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지금의 결과가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쉬었다가 다시 시작해보라고 말해주었다. 축 처진 어깨를 하며 걸어가는 후배를 보니 마음이 안타까웠다.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문제가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삶에서 고통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려움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거나, 인생의 매 시기마다 고통이 존재한다고 받아들이거나, 혹은 견딜 만큼만 어려움이 찾아온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방법도 있다.

나 역시 한때는 별일 없는 삶이 계속되기만을 바란 적도 있었다. 예전에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별일 없는 삶이 그렇게까지 자랑할 만한 일인가 싶었다. 별일 없이 산다는 말을 듣게 되면 두 다리 뻗지 못할 정도로 부러워할 만한 일인가 의아하기도 하였다. 보통 사람들은 삶에서 별일 없고,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들만 일어나면 지루하거나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기도 한다. 올해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좋은 일도 있었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여러 일을 겪으며 어느덧 별일 없음의 가치와 기쁨을 충분히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사는 일이 어디 그러한가. 살다 보면 걱정할 일도, 슬퍼할 일도, 괴로운 일도, 고통스러운 일도 허다하다. 여러 일을 겪으며 그냥 그러려니 넘기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는 별일 없음에 수렴하게 된다. 나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 별일도 별일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면 별일없이 살 수 있음을.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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