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사] “45세까지 청년” “미인증 기업도 OK”… 미스매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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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사] “45세까지 청년” “미인증 기업도 OK”… 미스매치 악순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시행 1년 점검 ③ 변함없는 일자리 미스매치

입력 2019-08-14 04:05
한 지자체에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모집하기 위해 올린 공고들. 두 달여간 5차례에 걸쳐 공고가 이뤄졌다. 지자체 홈페이지 캡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장에서도 기존의 지역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답보 상태였다. 청년 구직자나 채용 기업을 구하지 못해 모집공고를 수차례 반복해 내는 현상이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 포착됐다. 겨우 기업과 연결된 청년들 사이에서 중도 포기자가 여러 명 나와 대체 인원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는 담당자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애초 지역 강소기업 인증을 받은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하려다 업체가 미달돼 미인증 업체로 기준을 낮춘 지자체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질 낮은 일자리 유입→청년들의 외면 및 중도탈락’이라는 미스매치 악순환 현상이 목격됐다. 청년 구하기가 어렵다는 지자체 토로에 행정안전부는 나이 기준을 45세까지 완화하기도 했다.

국민일보가 13일 접촉한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비슷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충남 계룡시 관계자는 “기업도 청년도 모집하기가 너무 어렵다. 지역 내 기업이 많은 것도 아니고, 중장년층이면 모르겠지만 (지역에서 일하려는) 청년층은 별로 없다”고 했다. 계룡시의 경우 지난해에는 기업이 한 군데도 모집되지 않았고, 올해는 제조업체 한 곳에 청년 한 명만 연결됐다고 한다. “지난해 선발한 20명 중에서는 10명이 중도 퇴사해 대체자를 구했다. 중도 포기 이유는 ‘개인 사정’이 많지만 이직하거나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그만두는 경우가 있었다”는 설명도 했다.

경북 영천시는 청년인구 유출 몸살을 앓던 와중에 자동차부품산업까지 어려워지자 사업 진행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이 위기를 맞으니 지자체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일자리 만들기’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관계자는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 자동차부품 관련 기업이 많은 지역이라 타격이 좀 크다. 기업들도 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은 2년만 이뤄지고, 4대 보험 등 기업들이 내야 할 돈도 있어 부담이라는 것이다. 영천시는 지원 청년 29명 모집 공고를 냈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은 15명(지난 7월 기준)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충북 영동군 관계자도 “사업장보다 구직자 구하기가 더 힘들긴 하지만 사업장도 간신히 구했다”며 “중소기업의 참여가 적어 일자리센터와 연계해 기업들에 지원해보라고 최대한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은 청년 유입은커녕 지역에 있는 청년 모집하기도 벅차다고 했다. 괴산군청 관계자는 “큰 도시와 달리 괴산에는 인프라도 없고, 청년들이 놀 만한 곳도 없다. 그러다보니 다른 도시에서 괴산으로 청년이 들어오는 건 꿈도 못 꾼다”며 “지역 청년들이라도 잡아보려 하지만 우리는 마을 청년회장만 해도 40, 50대인 상황”이라고 했다.


일자리 미스매칭 배경에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지역 현실 사이의 괴리가 자리 잡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기준을 높이면 기업 참여가 부족해지고, 기준을 낮추면 청년 눈높이와 어긋나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원으로 최소한의 고용기간과 임금이 보장되는데도 지역에서 일하려는 청년이 없는 이유다.

지자체 사업 담당자들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천 남동구는 지난해 하반기 사업 당시 참여자 모집이 쉽지 않자 사업을 재공고하면서 참여자 기준을 남동구민에서 인천시민으로 넓혔다. 구청 관계자는 “청년들은 정규직을 원하는데 대부분 사업장이 창업기업이다 보니 청년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아 지원을 많이 안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 조직과 청년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여러 차례 재공고했던 경기도 화성시 관계자도 “아무래도 사회적경제 조직의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보니 매칭이 쉽지 않았다”며 “사회적일자리의 가치를 느끼는 분들은 그래도 끝까지 하려고 하지만, 청년들이 많이 선호하는 자리는 아니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 광역시는 지난해 하반기 지역정착 지원형 사업을 처음 공고할 때 기업 신청 자격 요건을 2~5년 내 창업기업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적절한 기업이 모집되지 않자 재공고에서는 신청 자격 요건을 7년 내 창업기업으로 완화했다. 시 관계자는 “참여 기업이 미달되면서 기업 모집이 어려워지다보니 상시근로자 수 제한과 기업 자격 요건 등을 조금씩 풀었다”고 했다.

정부는 사업에 참여 가능한 청년 기준까지 슬그머니 확대했다. 행안부는 올해 사업을 위해 지난해 12월 지자체에 배포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시행지침’에서 ‘1차 공고 미달 시 재공고부터 지자체 청년 연령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조항을 신설, 참여 청년의 20%까지 지자체 조례에 따른 청년 연령을 허용키로 했다. 사업 6개월 만에 기준 연령을 6세 높여 45세까지 청년일자리 사업 혜택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외 지침은 곧바로 현장에 적용됐다. 인천 옹진군은 청년 지원율이 낮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곳 중 하나다. 이곳은 최근 4차 모집공고를 내면서 기준 연령을 45세로 확대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모집 연령을 확대하자 4차에서는 39~45세(신규 확대된 기준) 사이에 있는 분이 지원해 심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책 효과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걸 ‘청년일자리’라고 부르는 건 정치적인 재정지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량적 성과 기준에만 집착해서는 미스매치가 미스매치를 부르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이유는 낮은 급여, 사내 복지 부족, 권위적 직장문화, 장래 발전 가능성 부족 등”이라며 “실적 달성에 급급해 이루어진 사업에서는 청년들이 입사 후 퇴사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정책으로 중소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청년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정현수 김판 임주언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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