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탈북민 모자, 외부와 고립돼 생활했다

국민일보

숨진 탈북민 모자, 외부와 고립돼 생활했다

‘소독중’ 쓰인 아파트 문 굳게 잠겨… 생활고에도 복지사업 이용 안해

입력 2019-08-14 04:04
굶주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모자가 살던 서울 관악구의 임대아파트 현관문에 13일 ‘청소 완료. 소독 중’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다. 황윤태 기자

서울 관악구에서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된 탈북민 모자(母子)는 평소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모자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자가 거주했던 서울 관악구의 임대아파트를 13일 찾아가 보니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청소 완료. 소독 중’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다. 관악경찰서는 탈북민 한모(42·여)씨와 아들 김모(6)군이 두 달 전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자는 평소 이웃과 왕래가 없었다. 같은 층에 거주하는 이웃주민 A씨는 “왕래 없이 전혀 모르고 지냈다. 탈북민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 홍모씨는 “단지에 탈북민도 있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 어르신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서로 왕래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이곳에 살았다. 월세 9만원을 몇 달이나 밀려 보증금을 까먹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을 찾기 위해 3개월 이상 공동주택 임대료나 관리비를 체납한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는데, 한씨는 이 명단에서 누락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두 달에 한 번씩 임대료와 관리비를 3개월 이상 체납한 가구 명단을 받는데 한씨 건은 왜 누락됐는지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9년 한국에 온 한씨는 5년 거주지 보호 기간이 지나 탈북민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정부는 탈북민이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를 퇴소한 뒤 5년 동안만 신변보호담당관을 보내 보호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씨가 관악구로 전입한 뒤 신변보호담당관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이번 조사가 끝난 뒤 재발 방지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경찰이 시신을 발견했을 당시 집에는 식료품이 없었고 고춧가루만 있었다. 사망 추정 시점의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 경찰은 한씨가 지난 5월 말 통장에 남아 있던 3858원을 모두 인출하고 2주 정도 지나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씨는 주민센터에서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을 받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나 한부모가정 지원제도, 긴급복지 지원제도 등은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립된 생활을 했던 한씨가 각종 지원 체계를 제대로 몰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구인 김영선 황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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