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건너편 선전에 경찰·장갑차 집결, 커지는 무력진압 우려

국민일보

홍콩 건너편 선전에 경찰·장갑차 집결, 커지는 무력진압 우려

시위대 점거로 공항 폐쇄 사태

입력 2019-08-14 04:03
한 관광객이 13일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홍콩국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공항 보안요원들에게 먼저 짐부터 건네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에도 공항 출입국장을 점거해 공항 이용객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AFP연합뉴스

시위대의 점거 시위로 전날 초유의 폐쇄 사태를 맞았던 홍콩국제공항의 항공편 운항이 13일에도 중단됐다. 수천명의 시위대가 이날 오후 다시 출입국장을 점거하면서 탑승 수속이 재개된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모든 항공편의 이륙이 전면 취소된 것이다. 이틀째 공항에 발이 묶이자 일부 여행객들은 시위대와 충돌하기도 했다. 최근 시위가 과격해지고 연일 국제공항 폐쇄가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가 무력 개입에 나설 빌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부터 검은 옷을 입은 홍콩 시위대가 공항 탑승 수속장 주변과 출국 게이트로 몰려들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규모가 수천명 수준으로 커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 시위 도중 한 여성이 경찰이 쏜 고무탄 탄환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한 데 대한 분노로 연이틀 공항 점거에 나선 것이다.

시위대가 다시 공항을 점거하자 공항 측은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기준으로 항공사 체크인 업무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홍콩으로 들어오는 항공편의 착륙은 허용했다.

전날 운행 중단으로 출발 예정 항공편 160편, 도착편 150편이 취소되면서 큰 불편을 겪었던 관광객들은 오전 6시 재개됐던 항공 운항이 오후 들어 또 취소되자 시위대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한 여성은 시위대가 앉아 있는 곳을 뚫고 지나가면서 “집에 가고 싶다”고 고함을 질렀다. 3명의 태국인 가족 여행객은 운항 재중단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전날 떠날 예정이었던 이들은 이튿날 공항에서 다시 출국이 막히자 발만 동동 굴렀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여행객 파볼 카카라(51)는 “시위대는 여론을 자신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며 “자유를 위해 싸운다면서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옳은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바버라 힐(84)은 휠체어를 타고 출국장으로 향하다 시위대에 막혔다. 그는 “시위대의 대의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들은 승객들의 길을 막음으로써 명분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홍콩 시위 무력 진압을 위한 명분쌓기에 주력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가 모여 중대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이번 주말 끝나면 중국 인민해방군 또는 본토 무장경찰을 홍콩 시위에 투입해 무력진압할지에 대해 중국 정부의 입장이 정리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력을 사용하거나 용인하는 모든 일이 홍콩을 되돌릴 수 없는 길로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 양광 대변인은 전날 “급진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하는 것은 엄중한 범죄이자 테러의 시작”이라며 “홍콩은 중대한 순간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앞서 홍콩 건너편 중국 선전 일대에 지난 10일 무장경찰이 탄 장갑차와 물대포가 대규모로 집결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무력진압이 임박한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또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인 공청단은 웨이보 글에서 “인민무장경찰 부대는 폭동, 소요, 엄중한 폭력 범죄, 테러 등 사회안전과 관련된 사건을 진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이형민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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