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고도를 알면 방향이 보입니다

국민일보

[오늘의 설교] 고도를 알면 방향이 보입니다

시편 107편 28~30절

입력 2019-08-1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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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되기 전 30대의 젊은 시절, 나는 외항선 항해사로서 세상의 온 바다를 돌아다녔습니다. 바다에서는 큰 배의 항로를 운항하는 항해사였지만 인생 여정에서는 항로를 잃어버리고 표류하는 난파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정신적 방황과 육체적 방랑이 어우러져 방탕의 삶을 만들어 냈습니다. 침몰 직전의 부서진 난파선이었으며, 방향 감각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도는 표류선이었습니다. 그리고 뿌연 안개 속에서 실체도 없이 흐느적거리는, 유령선과도 같은 영혼의 곤고함이 내 삶의 전부였습니다.

태평양 바다 한복판에 서면 바다는 온통 끝없는 수평선으로 사면을 둘러쌉니다. 목표가 분명히 보이는 바다의 수평선은 확 트인 시야를 제공하지만 표류선과 같이 갈 길을 잃은 바다의 수평선은 병풍처럼 사방이 꽉 막힌 답답함으로 다가옵니다.

수평선으로 사면이 에워싸인 바다에서 그 어떤 표지를 발견하지 못할 때 항해사는 천측(天測)을 시작합니다. 육분의(六分儀·sextant)를 사용하여 수평선으로부터 하늘에 떠 있는 천체까지의 고도를 측정합니다. 태양과 달, 그리고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별들의 고도를 재기 시작합니다. 천측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물이 떠돌이별(惑星)이 아닌 제자리별(恒星)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 별이라고 모두 내가 방향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드시 한자리에서 제자리를 지키며 변함없이 빛을 발하고 있는 별이라야 합니다.

죄(罪)의 한자 풀이는 사방(四)을 둘러보아도 아닌 것은 아니다(非)입니다. 죄로 둘러싸여 있는 세상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이미 ‘옳음(義)’에 대한 방향감각을 잃었습니다. 세상으로 향하는 문들은 넓게 열려 있습니다만 그것은 결코 우리가 마땅히 올바르게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상처 입을 대로 상처 입어 찢기고 망가진 난파선과 같은 영혼들이 너무 많습니다. 또한 목적 항을 잃어버린 채 어디로 향해 나아가야 할지 모르는 표류선과 같은 행렬이 거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 우리는 자신에 의해 고통받았던 영혼들이 울부짖는 유령선의 환영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바다에서 사방이 막막하여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할 때는 얼른 위를 보아야 합니다. 거기에는 항상 제자리를 지키며 결코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반짝이는 하늘의 표적들이 있습니다. 먼저 그 표적들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표적과 나 사이의 고도를 측정하여 현재 내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 후 곧바로 지금의 내 위치에서 다시 방향을 잡아 항로를 찾아야 합니다.

고도를 알면 방향이 보입니다. 수평선에서부터 천체까지 측정된 고도는 그 천체와 선박 사이의 방향을 산출해냅니다. 그리고 천체로부터의 고도를 통해 방향이 산출되면 현재 선박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이제 항해사는 그 망망한 바다에서 씨줄과 날줄로 표시되는 선위(船位)로부터 목적 항까지의 항로를 결정합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두 다 꽉 막혀 있어 아무런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까. 이제 살펴볼 곳은 딱 두 곳밖에 없습니다. 서 있는 자리의 밑바닥이든가, 아니면 머리 위의 하늘이든가. 이제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천측을 시작하십시오. 그리하여 내가 있는 자리로부터 하늘 그 높은 곳에 있는 ‘존재’까지의 고도(높이)를 측정한 다음 바로 그 시점으로부터 내가 나아가야 할 목적지의 방향을 결정하십시오. 고도를 알면 방향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주님만이 우리 인생 항로의 표지판 길(The Way)임을 믿고 진리와 생명을 향해 힘껏 나아갈 때 여호와께서 우리를 소원의 항구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조규남 원로목사(파주 행복교회)

◇행복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으로 경기도 파주에서 1991년 겨울 조규남 목사가 개척했습니다. 올해 초 2대 담임으로 장승원 목사가 취임해 시무하고 있습니다. 독일 가나안공동체(설립자 기독교마리아자매회 바실레아 슈링크)의 수도공동체 영성을 품고 지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조 목사는 현재 사회복지법인 우림재단 대표이사로도 재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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