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전석운] 검찰개혁 실패 예감

국민일보

[샛강에서-전석운] 검찰개혁 실패 예감

검찰개혁 타이밍 놓치고 줄 세우기 인사… 무리한 수사관행 여전하고 기득권도 포기 안해

입력 2019-08-15 04:03

문재인정부도 어쩌면 검찰개혁에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해맹산’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까지 검찰개혁을 강조했지만 그만큼 감당하기 벅찬 일이라는 걸 고백하는 역설로 들렸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검경 수사권조정안이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첫째, 타이밍을 놓쳤다. 검찰개혁은 집권 초기에 밀어붙였어야 했다. 하지만 집권하자마자 대형 적폐청산 수사를 잇달아 검찰에 맡기면서 검찰개혁을 유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현실적으로 경찰 수사력이 미덥지 않아 검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지 몰라도 수사권 조정부터 한 뒤 경찰에 힘을 실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검찰이 휘두르는 칼날에 누가 희생될지 지켜보는 국민의 관심이 커질수록 검찰을 개혁하는 건 그만큼 힘들어진다.

‘전직 대통령이나 전직 대법원장과 관련된 수사를 어떻게 경찰에 맡기겠느냐’는 논리로 검찰을 활용한다면 검찰은 영원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것이고, 사정기관 간 견제와 균형은 포기해야 한다.

둘째, 문재인정부도 ‘줄 세우기’ 인사를 하고 있다. 적폐청산 수사에 공을 세운 검사들은 요직에 기용했지만 현 정권에 칼을 겨눈 검사들은 한직으로 내몰았다. 적폐 수사의 선봉장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으로 발탁됐고 그의 참모들은 대거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간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주진우 부장검사부터 권순철 차장, 한찬식 검사장까지 수사 지휘라인 모두 옷을 벗었다. 주 부장검사는 한직인 안동지청장으로 발령 나자 사표를 던졌다. 그는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공직관이 흔들리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게 명예롭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 난 권 차장검사는 ‘인사는 메시지’라며 물러났다. 윤 검찰총장 임명 전후로 70명 가까운 검사들이 무더기로 검찰을 떠났다.

많은 검사들은 이번 인사를 권력의 또 다른 줄 세우기로 해석한다. 정권의 눈에 들어야 출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면 정치검사의 득세를 막을 수 없다. 이런 검찰에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검찰 내에서 입바른 소리 잘하기로 유명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검찰 인사에 “낙제점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셋째, 검찰은 사실상 어떤 기득권도 내려놓기를 거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총장조차 인사청문회에서 “경찰 수사 지휘는 지휘라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며 경찰 수사 지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는 또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되 장기적으로는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지금 당장 직접 수사를 폐지할 생각은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검찰은 과도한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는 대신 오히려 이전보다 역량과 위상을 키우려 한다. 검찰은 현재 서울서부지검(식품의약안전), 의정부지검(환경), 대전지검(특허) 등 전국적으로 11개 중점검찰청을 운영하고 있다. 중점검찰청들은 다른 지검들과 달리 해당 분야 수사에 관한 한 전국이 관할 구역이다. 과거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 대검 중수부의 부활 내지 확대판이다. 여기에다 마약청과 조세범죄수사청까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을 피해 가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러는 동안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과 제 식구 감싸기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 도중 자살자들이 발생하는 비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노회찬 전 의원과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 적폐청산 수사 도중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 기소건 중 1심 무죄 선고율은 지난해 0.79%로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0.59%)보다 증가했다. 반면 비리 검사는 13명 적발됐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이번에도 검찰개혁에 실패하면 검찰도 정권도 미래가 없다.

전석운 미래전략국장 겸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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