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민족의 노래, 하늘의 노래 ‘아리랑’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민족의 노래, 하늘의 노래 ‘아리랑’

입력 2019-08-15 00:01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광복절이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이고, 한·일 관계 악화로 이날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더 비장하다. 광복절 74주기를 맞아 우리나라 대표 민요 ‘아리랑’ 이야기를 소개한다. 아리랑의 어원과 의미에 대해선 많은 설이 있고 지역별로 500개 이상의 아리랑이 전해온다. 그중 가장 대표적 곡이 ‘경기 아리랑’이라 불리는 버전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 발병 난다”는 바로 그 노래다.

다른 아리랑과 달리 이 노래에는 분명한 기원이 있다. 이 노래는 춘사 나운규가 감독과 주연을 맡아 1926년 개봉된 동명 영화의 주제곡이다. 원곡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 노래는 영화의 변사인 김영환이 곡조를, 나운규가 가사를 쓴 창작곡이다. 대중에게 크게 인기를 얻은 최초의 영화 주제곡인 셈이다.

나운규는 영화인이 되기 전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 17세에 3·1운동에 가담했다. 신흥무관학교에 입교해 독립군에 참여하려 했지만, 병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경성에서 밑바닥부터 영화를 배웠다. 배우로 먼저 두각을 보인 후 마침내 자신의 영화를 만들기에 이른다. 처음부터 그는 영화로 조선 독립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뜻을 품고 있었다.

영화 ‘아리랑’은 단성사에서 개봉해 제작비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이후 단성사 직원 이수호가 판권을 넘겨받아 이듬해부터 이동상영단을 꾸렸고 조선 전역을 휩쓴 히트작이 됐다. 이 영화가 일제의 검열을 피한 것 자체가 기적이었는데 이는 제작자가 일본인 요도 도라조였기 때문이다. 나윤규는 기획과 제작, 상영과 홍보까지 모든 과정을 용의주도하게 진행했다.

영화의 필름은 현재 남아 있지 않아 어떤 작품이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각본과 몇 장의 스틸사진을 보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대략적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영진은 서울에 갔다가 이유 없이 광인이 돼 고향에 돌아온다. 누이가 마을의 유력자에게 겁탈당하자 그를 폭행하고 체포된다. 당시 식민지 조선의 상황과 심정이 상징적으로 절묘하게 녹아있는 작품이다.

광인이 된 주인공은 영화에서 계속 아리랑을 흥얼거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체포돼 호송될 때 마을 사람은 그를 위해 함께 이 노래를 부른다. 무성영화였으니 아마 변사가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영화관에서는 조선인 관객도 따라 부르며 눈물을 적셨다고 한다. 더욱이 유랑상영단은 가는 곳마다 이 노래를 부르며 영화를 홍보했다. 자연스럽게 입에서 입으로 옮겨 불리며 아리랑은 시대의 노래가 됐다. 이후 아리랑은 독립군에게, 또한 고향을 등지고 유리하는 조선 백성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며 슬픈 애국의 노래로 지금껏 전해져 온다.

한편 이 노래는 뜻밖에도 미국 장로교 찬송가집에 포함돼 있다. 당시 한국에서 사역하던 미국 선교사가 이 노래의 가락에 감화돼 가사를 붙였다. ‘크리스트, 유 아 더 풀니스(Christ, You are the Fullness)’란 제목의 이 찬송 악보에는 ‘아리랑, 코리안 멜로디(Arirang, Korean Melody)’란 표현이 소개됐다. 찬송의 가사는 완전한 하나님인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부활해 우리를 살리고 그의 몸 된 교회의 지체가 되게 했음을 찬미한다. 광복과 부활의 희망이 담긴 이 노래가 정작 한국 찬송가에 실리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노래는 삶의 여흥과 예술적 감성을 나타낼 뿐 아니라 시대적 상황을 담아내 만들어지고 대중에게 선택돼 불리게 된다. 100년 전 이 땅에서 불린 이 노래가 남북이 하나 되는 평화의 노래로 불릴 때 진정한 독립은 완성될 것이다. 아리랑은 남북한 모두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안익태의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된 현 애국가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아리랑이 언젠가 통일될 조국의 진정한 애국가로 자리매김할지 모른다.

아리랑은 그렇게 광복의 희망을 노래하는 민족의 노래이자 부활의 그리스도를 찬미하는 하늘의 노래로 우리 입에서 가슴으로 계속 전해질 것이다.

윤영훈(성결대 교수)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