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못 채운 대학 자연도태 시킨다… 평가 때 충원율 점수 2배 상향키로

국민일보

정원 못 채운 대학 자연도태 시킨다… 평가 때 충원율 점수 2배 상향키로

교육부, 2021년 역량진단 계획 공개… 재정지원 제한 통해 자율 감축 유도

입력 2019-08-15 04:03 수정 2019-08-15 10:36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대학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학생 선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이 자연 도태되는 방식의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 평가에서 학생 충원 관련 점수 비중을 대폭 늘렸다. 학생을 채우지 못할 바엔 정원을 토해내 정부 재정 지원이라도 노리란 얘기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는 지방대들이 살아남으려면 혁신해서 학생 선택을 받거나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을 14일 공개했다. 2015년과 2018년에 이은 정부 주도 세 번째 구조조정 평가다. 첫 평가는 모든 대학을 A~E 등급으로 나눠 A등급을 뺀 나머지 대학 정원을 줄였다. 2주기에선 모든 대학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진단 제외대학,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구분했다. 자율개선대학은 그대로 두고 역량강화·진단제외·재정지원제한대학(평가 대상의 36%)에 정원 감축을 요구했다.

3주기에선 우선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를 진행해 부실대학을 솎아낸다. 다음으로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뺀 나머지 대학을 대상으로 ‘일반재정지원 대학’을 가려낸다.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되면 각종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다.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되지 못하면 ‘미선정 대학’ 그룹에 들어간다.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국가나 지자체가 시행하는 특수목적 재정지원 사업에는 참여 가능하다. 대학 처지에 따라 평가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미참여 대학’ 그룹으로 분류되면 정부 재정지원에 제한이 걸린다. 평가는 수도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대구·경북·강원권, 부산·울산·경남권 5개로 구분해 진행한다. 권역별로 90%를 선정하고 나머지 10%는 미선정 대학을 대상으로 전국 순위로 뽑는다.

이번 평가의 키워드는 ‘시장 원리’와 ‘지역 협력 강화’다. 교육부는 ‘유지 충원율’ 개념을 도입한다. 입학 정원 대비 신입생을 얼마나 뽑았고, 들어온 학생이 얼마나 그 대학을 다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2주기 평가에선 충원율 관련 점수가 75점 만점에 10점(4년제 기준)이었는데 이번에는 100점 만점에 20점으로 상향 조정됐다.

학생을 뽑아 타 대학 편입이나 자퇴하지 않도록 유지할 자신이 없으면 정원을 반납하고 스스로 규모를 줄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예컨대 지방의 A대학의 경우 정원이 100명인데 학생 충원은 80명 안팎에서 이뤄진다. 등록금 수익은 어차피 80명분이다. 만약 정원을 80명으로 낮춰 충원율 100%를 만들어 유지하면 평가지표에서 만점을 받게 된다.

지방대나 전문대는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제시한 해법은 두 가지 정도다. 학생 충원이 유리하도록 학과 개편을 단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지방의 작은 대학에도 물리학과나 수학과 같은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가 존재한다. 거점국립대나 연구중심대학 영역일 수 있지만 마치 백화점처럼 학과들이 개설돼 있다. 이를 지역 산업수요 맞춤형 학과로 개편해 지역 인재를 학생으로 끌어들이라는 것이다.

지자체나 지역 정치권과 생존을 모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역별로 필요한 인력 수요가 있다. 대학이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도록 학과 개편을 하고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대학이 문 닫을 경우 지역에도 상당한 타격이기 때문에 지자체-대학이 상생 방안을 찾으란 얘기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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