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측 대화 요구 불응키로 방향 정해”

국민일보

“일본, 한국측 대화 요구 불응키로 방향 정해”

마이니치신문, 일 관료 인용 보도

입력 2019-08-15 04:03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화 촉구에 응하지 않는 등 강경 자세를 유지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양국 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한국에서 확산되는 일본 제품 및 여행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니치신문은 14일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를 인용해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키로 한 한국 조치에는 끊어진 실무 대화를 연결하려는 의도가 있다”면서도 “일본 정부가 한국 측 대화 요구에 응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무역당국자 간 실무협의 당시 ‘설명하는 자리’라고 밝혔는데도 ‘협의’라고 주장한 한국 정부에 불신감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또 일본 정부가 한국의 대일 수출 통제 강화로 일본 기업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일본의 한국산 반도체 의존도는 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PC용 D램 가격이 한 달 전보다 20% 올랐다는 보도도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품목인데 한국의 수출 규제로 공급이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일본 제품 및 여행 불매운동에 대한 우려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당장 지난달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3사의 한국 시장 판매대수가 불매운동 영향으로 30% 이상 급감했다. 일본 언론은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산 불매운동이 장기화로 이어져 일본 소비재 기업들의 영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대기업 간부를 인용해 “판매실적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한국의 불매운동은 상당히 지독하다”고 말했다.

관광산업의 타격은 더 크다. 항공편 운행이 아예 중단되거나 감편이 이어지고 있으며, 호텔과 온천 등의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지난 7월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30%가 감소했지만 8월 규슈와 오키나와 등 일부 지역에선 80~90%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일본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2020년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당장 올해 3500만명도 전체 관광객 가운데 25%를 차지해온 한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초래한 한국인 관광객 급감은 아베 정권의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금은 차분해 보이지만 한국인의 여행 불매운동이 계속되면 일본 지방경기 악화가 심각해지면서 민심이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오봉’을 맞아 고향인 야마구치현을 찾은 아베 총리는 전날 “양국 민간 차원의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징용 배상 문제와 수출 규제 강화로 한·일 정부 간 관계가 얼어붙더라도 민간 교류는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일본 기업과 지방경제에 타격이 큰 한국 내 일본 제품 및 여행 불매운동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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