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내”… 고난 앞 이웃에 ‘값싼 위로’는 이제 그만

국민일보

“힘을 내”… 고난 앞 이웃에 ‘값싼 위로’는 이제 그만

입력 2019-08-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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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으로 죽음을 앞둔 이에겐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 모든 일상이 깨진 채,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걸으며 “왜 하필 나일까”를 되뇌는 이들에게 ‘모든 일엔 이유가 있어요’ ‘이건 하나님의 연단이에요’라고 격려하는 게 과연 최선일까. 고난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시선을 교정하는 책 2권을 소개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내가 사랑한 거짓말들/케이트 보울러 지음/이지혜 옮김/포이에마

저자는 미국 듀크대 신학대학원에서 북미 기독교 역사학을 강의하는 조교수다. 인간이 간구할 때 하나님이 건강과 부, 행복을 허락한다고 믿는 번영신학을 연구했다. 번영에 관한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는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교회 지도자와 신자들을 취재해 작성한 그의 책 ‘축복: 미국 번영신학의 역사’는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전도양양했던 신학자의 행보는 2015년 결장암 4기 판정을 받으면서 돌연 멈춘다. 생존율은 30%. 그의 나이 만 35세 때였다. 당시 그에겐 15세부터 교제해 온 남편과 두 살배기 아들이 있었다.

책은 저자가 암과 투병하는 1년여간 느낀 경험과 감정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역경을 연단으로 바라보는 번영신학자로서 투병 중 겪은 괴리감과 외로움에 대해 글을 썼고, 이를 NYT에 기고했다. 그러자 전국에서 수천 통의 이메일과 편지가 답지했다. 기독교부터 불교 힌두교 무신론자까지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이 죽음을 앞둔 그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넸다. 그중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이 저자의 암 투병을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말하는 현실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런 그리스도인은 고난당한 이들에게 3가지를 교훈한다고 말한다. 첫째, 죽음이 끝이 아니며 천국을 진정한 집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고난을 믿음의 시험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셋째, 태도가 운명을 결정한다며 기쁨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들 그리스도인의 다정하고도 잔인한 처방전에 대해 저자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이런 편지를 쓴 사람들은 어떤 때는 단서를 찾거나 정답을 찾기 위해, 평결을 내리기 위해 내 삶의 값어치를 계산한다. 하지만 나는 재판을 받는 게 아니다.” 고난받는 사람은 사랑받아야 할 존재이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를 깊이 위로했던 건 질병의 원인이 아닌 누군가의 위로였다. 그는 홀로 병상에서 주님의 임재를 느낄 때 평안을 누렸다고 고백한다. 꽃이나 편지 등 소소한 선물, 주변인의 중보기도 등은 저자를 웃게 했다. 아름다운 사람들, 좋은 사람들 가운데서 끔찍한 병을 앓고 있던 저자는 “인생은 정말 아름답다. 그리고 정말 힘들다”는 정반대의 진실을 받아들인다.

‘완치와 불치의 사이에서 오늘을 살고 있다’는 그는 현재 세 번째 책을 준비하며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일상에 돌아온 그는 말한다. “나는 죽는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하나님이 당신을 응원합니다/오대식 지음/생명의말씀사

“힘을 내, 하나님이 도와주실 거야. 나도 기도해줄게.”

기독교인이라면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당해 낙심하는 이에게 한 번쯤은 이런 위로를 건넨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덕담 조의 격려는 위로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신 ‘바른 믿음’을 전할 때 진정한 위로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른 믿음이 있다면 고난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고, 그간 느끼지 못한 하나님의 은혜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가벼운 격려를 ‘값싼 위로’로, 바른 믿음을 ‘값진 진리’로 표현하는 이유다.

일본 도쿄 루터신학대에서 기독교 상담을 공부하고 현재 높은뜻덕소교회 담임목사로 사역 중인 저자는 6개의 소주제를 놓고 믿음으로 용기를 길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전한다. 고난 가운데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는 이들에겐 모세가 행한 ‘홍해의 기적’을 다시 볼 것을 권한다.

대부분 그리스도인이 모세가 손을 내밀어 즉시 홍해가 갈라진 것으로 여긴다. 초자연적 기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반면 성경은 하나님이 큰 동풍을 동원해 밤새 바닷물을 물러가게 했다고 말한다.(출 14:21) 자연적이고 일상적인 존재인 동풍을 사용해 출애굽이란 기적을 완성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며 작은 일상에도 기적을 일구시는 주님을 매일 발견하자고 조언한다.

질병 등 인생의 장벽에 가로막혀 좌절한 이들에겐 고난이 주님을 마주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위로한다. 하나님 존재에 대한 믿음을 넘어 그분의 임재를 체험할 귀중한 기회라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잃은 이에겐 ‘사랑해’보다 ‘힘들지’란 말로 곁을 지켜줄 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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