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권총 위협-시위대는 기자·시민 폭행 ‘일촉즉발 홍콩’

국민일보

경찰은 권총 위협-시위대는 기자·시민 폭행 ‘일촉즉발 홍콩’

연이틀 공항 점거… 중 무력진압 우려

입력 2019-08-15 04:05
13일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한 송환법 반대 시위대. AP연합뉴스

시위대의 점거로 연이틀 홍콩국제공항이 폐쇄되면서 홍콩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는가 하면 중국 기자와 프락치로 지목된 시민이 시위대에 집단폭행당하는 등 돌발 상황도 잦아지고 있다. 중국의 무력 진압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중 외교 당국 수장은 긴급 회동했다. 조만간 홍콩 사태가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콩국제공항은 연이틀 이어진 시위대의 밤샘 점거 시위가 마무리되자 14일 수백편의 항공기 이착륙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는 등 다시 정상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날 밤 일촉즉발 상황이 잇따라 연출되면서 홍콩 시위를 둘러싼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자사의 홍콩특파원인 푸궈하오 기자가 전날 공항에서 시위대에 붙잡혀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는 두 손을 결박당한 채 시위대에 둘러싸여 폭행당했다”고 강조했다.

시위대는 또 중국 남성을 중국 당국의 프락치로 여겨 폭행하기도 했다. 병원으로 옮겨지는 도중 촬영된 사진에서 이 남성은 ‘나는 공안이다. 나는 시위대를 감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내용의 팻말을 목에 걸고 있었다. 시위대가 폭행 과정에서 그의 목에 팻말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테러리스트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공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한 경관은 권총을 꺼내 들고 시위대를 위협해 논란이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공항 폐쇄로 홍콩 항공업계가 입은 손실이 이틀간 7648만 달러(약 92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홍콩 정부는 이틀 동안의 불법 집회로 총 979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SCMP에 따르면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시위에 연루된 조종사 2명을 해고했다.

이틀간 공항을 점거했던 시위대는 이날은 점거 시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중국 당국을 자극해 무력 진압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숨고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시위대는 인터넷에 “항공편 취소와 일정 변경 등은 우리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며 “우리의 어려움을 이해해달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1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깜짝 회동했다.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중대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기간에 중국 외교라인의 책임자인 양제츠 정치국원이 미국으로 날아가 폼페이오 장관을 만났다는 얘기다. 최대 현안인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홍콩 사태 해결 방안을 둘러싼 논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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