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한 여름밤 금정산에 기도 메아리 울리다

국민일보

‘주여…’ 한 여름밤 금정산에 기도 메아리 울리다

한국교회 ‘야성’을 찾아서 부산 ‘산기도’ 현장을 가다

입력 2019-08-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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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부산 북구 금정산에서 열린 산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휴대전화 찬송가 애플리케이션을 보며 찬송하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 북구 화명동 금정산 가나안수양관 주차장. 오후 7시 30분이 되자 등산복 차림의 30여명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스티로폼 방석을 들고 있었다. ‘한국교회 야성이 약해졌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기도의 줄’을 잡기 위해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었다. 사도행전선교회 대표인 조 아브라함(53) 목사를 따라 금정산 파리봉으로 향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600m 봉우리를 오르려니 숨이 찼다. 정상엔 큼지막한 바위가 있었다. 20분 만에 주위가 어두워졌다. 다들 휴대전화를 꺼내 앞을 비췄다.

“자, 찬송가 347장 ‘허락하신 새 땅에’ 찬송합시다.” 가로등 하나 없는 곳에서 조 목사의 사회로 예배가 시작됐다. 산모기가 얼굴에 들러붙는다는 표현이 맞았다. 모기 기피제와 패치는 무용지물이었다. 몇 분 만에 팔다리에 다섯 군데나 물렸다. 참가자 중에는 아예 양봉용 그물 모자까지 쓰고 온 사람도 있었다. 그나마 산들바람이 부는 게 다행이었다.

조 목사가 짤막하게 말씀을 전했다. 그는 “세상이 어두워진 것은 악한 자들의 잘못이 아니라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못 했기 때문”이라면서 “제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가 저질렀지만, 그 뒤엔 그를 지지했던 독일교회의 과오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악에 대항한다고 해놓고 악인처럼 똑같이 대응해선 안 된다”면서 “예수님처럼 긍휼의 마음으로 세상을 품고 기도로 변화시키자”고 당부했다.

사도행전선교회 대표인 조아브라함 목사가 지난 11일 바위 위에서 두 손 들고 기도하고 있다.

오후 8시 본격적인 산기도가 시작됐다. 암흑천지였지만 달빛만큼은 선명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커졌다. 조 목사를 따라 한적한 바위로 갔다. 그는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꼭 이걸 깔아야 한다”면서 여분의 스티로폼 방석을 빌려줬다.

‘태풍이 몰아칠 땐 어떻게 하느냐’는 우문(愚問)을 던졌다. “태풍이 온다고 전쟁 안 하는 건 아니잖아요. 비 오면 비 맞으면서, 눈이 오면 눈맞으면서 영적 전쟁을 치릅니다.” 기도자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손뼉을 치면서 “아버지”를 불렀다. 금세 주변에서 방언 기도가 터졌다.

3주 전부터 산기도를 했다는 김영곤(66) 부산 덕천중앙교회 목사는 “뒤늦게 신학교를 나와 교회를 개척한 지 4년이 됐다”면서 “산기도를 하면서 한국교회가 이렇게 기도만 해도 반드시 살아난다는 확신이 든다”고 했다.

시꺼먼 산모기의 공격은 집요했다. 참다못해 가져간 대형 수건을 모기 기피제로 축축하게 적신 다음 덮었다. 기도자 중에는 여성이 많았다. 저 멀리 여성의 간절한 기도 소리가 들렸다.

김명주(62·여) 부산 순복음열방교회 목사는 “이곳 바위에서 기도한 지 3년이 넘었다”면서 “추운 겨울엔 옷을 몇 겹 껴입고 기도하는데, 열심히 부르짖다 보면 성령의 불로 몸이 뜨거워져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고 웃었다. 최숙선(62·여) 부산 충만한교회 협동목사도 “5년 전부터 산기도를 하는데, 비가 오면 비닐을 덮고 한다”면서 “산에서 큰 소리로 하나님을 찾으면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새벽 2시쯤 되니 기온이 27도로 떨어졌다. 선선해지니 한결 나았다. 암 투병 중인 신문사 선배와 아는 목회자 부부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큰 소리로 기도하다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실눈을 떴는데 야간산행을 하는 등산객과 눈이 마주쳤다. 멈칫하는 분위기였다. 오전 3시가 되니 약간 졸음이 왔다. 찬송가 1장부터 아는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200장까지 부르니 동이 텄다.

사도행전선교회는 2015년 11월부터 교회를 깨우고 나라와 민족, 복음통일의 성취를 위해 산기도를 시작했다. 기도자들은 매주 주일 밤, 월요일 밤, 목요일 밤 금정산에 오른다. 화요일엔 부산 온천교회에서 화요구국기도회를, 금요일에는 오후 11시부터 부산 온누리초대교회에서 금요철야구국기도회를 갖는다.

조 목사는 “책에서 본 호랑이와 자신이 직접 만난 호랑이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마찬가지로 목회자는 강단에서 하나님을 설명하지 말고 내가 만난 하나님을 이야기해야 한다. 산기도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했다. 이어 “하루에 1시간 기도하면 영혼이, 2시간 하면 가정이, 4시간 기도하면 교회가 변화된다”면서 “하루에 6시간 기도하면 나라가, 8시간 기도하면 온 열방에 부흥이 일어난다는 자세로 기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도행전선교회의 산기도에 자극받은 목회자들은 대구 대전 인천 안동 김포 등에서 산기도 모임을 하고 성령의 불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 산기도회 참석자 중에는 여성이 많았다. 이들은 12일 새벽 4시까지 8시간 동안 간절히 기도하고 금정산에서 내려왔다.

밤을 꼬박 새웠는데 금정산에서 내려가는 발길이 무겁지 않았다. 조 목사는 새벽기도를 인도해야 한다며 교회로 향했다. 산모기에 물려 손은 퉁퉁 부었지만 내면은 뭔가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부산=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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