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호소했는데도… 주민센터는 숨진 탈북민 돌려 보내”

국민일보

“생활고 호소했는데도… 주민센터는 숨진 탈북민 돌려 보내”

모자 도운 탈북민단체 대표 주장… 정부 뒤늦게 사각지대 점검나서

입력 2019-08-15 21:37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굶주리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 모자의 비극적인 사연은 죽음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장례 절차가 시작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숨진 탈북 여성 한모(42)씨가 18개월간 아파트 임차료를 못 내고 있었는데도 위기 징후조차 감지 못한 정부는 뒤늦게 복지 사각지대 점검에 나섰다.

15일 정부와 탈북자단체 등에 따르면 한씨와 여섯 살배기 아들의 장례 일정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된 지 2주가 넘은 상태다. 숨진 한씨의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동기들이 한씨 모자의 장례를 치르겠다고 나섰지만 거쳐야 할 절차가 많이 남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끝나면 탈북 모자의 연고자를 찾는 작업이 시작되고 무연고자임이 확인되면 남북하나재단에서 대표성 있는 탈북민들과 협의를 거쳐 장례 절차를 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례를 치르겠다는 한씨의 하나원 동기들이 어떤 인사들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들과 별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분향소를 차린 북한인권단체총연합과도 협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통상 무연고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화장해 봉안하지만 탈북민은 하나재단이 지정한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한 뒤 일정기간 보존한다고 한다. 후에라도 북한의 가족들이 연락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씨의 중국인 전 남편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지난해 9월 아들 김모군과 한국으로 돌아와 같은 해 10월 서울 관악구에 전입신고를 했다. 한씨는 탈북을 도와준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회장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씨는 한국에 왔을 때 남편과 이혼한 상태였고, 이를 입증할 서류를 들고 주민센터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담당자는 ‘서류가 기준에 맞지 않으니 다시 가져오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내가 그 얘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나 구청 쪽에 전화를 걸어 ‘생활이 어렵다는데 가서 확인해보면 될 것 아니냐’고 따졌다”며 “담당 공무원이 ‘자꾸 이러면 녹음하겠다’고 한 기억이 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관악구 관계자는 “한씨는 주민센터를 방문해 아동수당만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씨는 이혼 서류를 들고 오지 않았고, 우리가 관련 서류를 요청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한국에 들어올 때 남편과 헤어진 상태였지만 법적으로는 지난 1월 이혼했다. 다만 아동수당 신청서에는 ‘사실혼 또는 사실상 이혼관계인 경우 표기하고 증빙서류를 제출하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한씨 모자의 사망을 두고 복지 사각지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씨 모자는 한부모가정에다 소득인정액 역시 0원이었는데도 기초생활수급, 한부모가정, 긴급복지지원 등 제도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하기 위한 시스템도 다양하게 가동되지만 한씨 모자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복건복지부는 16일 조사팀을 관악구청으로 보내 업무 처리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임차료 체납 정보에 재개발 임대아파트도 포함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씨처럼 재개발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월세 체납 정보는 그간 복지부 수집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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