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우 칼럼] 조국 청문회가 열리기는 할까

국민일보

[이흥우 칼럼] 조국 청문회가 열리기는 할까

입력 2019-08-28 04:01

한번 불붙은 폭로전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재생산돼
무엇이 팩트고 가짜뉴스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지경
미리 결론 내놓고 모든 걸 거기에 꿰맞추는 식의 연역적 검증 지양돼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더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처지가 그렇다. 검찰은 어제 조 후보자 및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대, 부산대, 고려대와 조 후보자 어머니가 이사장으로 있는 웅동학원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전에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있었나 싶다. 면죄부를 주는 수사가 될지, 조 후보자를 법정에 세우는 수사가 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조 후보자가 만신창이가 됐다는 사실이다. 후보자 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천신만고 끝에 장관이 된다 해도 영을 세울 수 있을지 모든 게 의문부호다.

올바른 척, 정의로운 척, 도덕적인 척 그동안 수없이 내뱉었던 입바른 소리가 부메랑이 돼 자신을 베는 칼이 될 줄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늘 약자의 편에 섰고, 게다가 학벌 좋고, 인물 좋고, 돈마저 많은 조 후보자는 많은 이의 롤모델이었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랬던 그가 창졸간에 국민밉상이 됐다. 요즘 잇따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조 후보자를 옹호하는 이를 볼 수 없다. 쌍욕은 예사이고,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그 이상이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그 의혹들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제 그것은 별로 중요치 않아 보인다. 조 후보자는 이미 국민정서법을 어긴 범법자다. 국민들 눈엔 그의 사자후는 위선이었고, 타자를 벨 땐 서슬 퍼렇던 칼이 자신에게는 한없이 무디기만 한 칼로 보일 뿐이다. 국민들 귀엔 당시의 법과 제도가 그랬다는 건 비겁한 변명으로 들린다. 그가 “콩으로 메주를 쒔다”고 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

여러 의혹들 중에 결정적으로 국민 감정을 자극한 건 조 후보자 딸 대학입시 및 장학금 수령 문제다. 교육문제는 전 국민이 관련된 사안이다. 그런 문제에 탈법 내지 비리가 있었다면 국민 정서상 용납의 범위를 벗어난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이 밝혀지게 된 단초를 제공한 것 역시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부정이었다. 병역과 더불어 교육문제는 휘발성이 강하다.

조 후보자 딸이 고등학생 시절 2주간의 인턴십 후 의학관련 논문 제1저자로 등록됐다는 사실이 전해진 이후 추가 의혹이 우후죽순 제기됐다. 한번 불붙은 폭로전은 SNS 등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재생산돼 무엇이 팩트이고, 가짜뉴스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먹잇감 앞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하이에나, 피라냐 행태를 보이는 유튜브 채널이 허다하다.

그런 의혹 중 하나가 공주대 인턴활동이다. 조 후보자 딸이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조류배양, 학회 발표 준비 등의 인턴활동을 하고 그해 8월 도쿄에서 열린 국제조류학회에서 공동발표자로 추천돼 논문을 발표했다는 의혹이다. 논문 제1저자가 따로 있는데도 제3저자로 기재된 조 후보자 딸이 발표한 건 특혜라는 주장이다. 조 후보자 딸이 발표한 건 논문이 아니다. 초록(抄錄)이다. 논문이 아니니 논문의 제3저자라는 등식은 애초 성립하지 않는다.

초록은 발표회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런 내용의 발표가 있겠다’고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내용도 4분의 1 쪽 분량이다. 말하자면 딸은 행사 보조요원 역할을 한 셈이다. 이런 뒷얘기는 생략되고 앞얘기만 부풀려져 단순한 안내 멘트가 논문 발표로 둔갑했다. 당시 인턴 담당 공주대 교수는 “아무 일도 아닌 게 아무 일이 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희생양을 던져주면 사람들이 모두 언론들 말에 따라 돌을 던진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라고 한 하소연이 가슴에 와닿는다. 사실관계를 보다 철저히 살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여론에 부화뇌동한 건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8·9 개각은 ‘조국을 위한 개각’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문재인정부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나 위상을 감안할 때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공직을 마감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거의 없다. 그는 부산 출마를 바라는 당의 요청을 고사하고 장관직을 선택했다. 가시밭길이 아닌 비단길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비단길로 가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애초 조 후보자에게 비단길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은 그 서막이었다. 무력으로 국가 전복을 꿈꿨던 자에게 법무부 장관은 가당치 않다고 각을 세웠다. 이후 가족 사모펀드, 위장전입, 딸 대입문제, 부동산 위장 거래 의혹 등이 줄줄이 불거지면서 사노맹은 한국당 수첩에서 사라졌다. 미리 낙마로 결론 내놓고 거기에 꿰어 맞추는 식이다. 제기된 의혹들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결격사유로 판명될 경우 사퇴를 요구하는 게 정도다. 그때가 되면 조 후보자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240번 버스 기사도 처음엔 마녀였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