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정진영] 한국교회는 동네북인가

국민일보

[샛강에서-정진영] 한국교회는 동네북인가

언론과 소통하고 대응할 수 있는 범교단 기구 필요해… 교회의 선한 영향력 널리 알려야

입력 2019-08-29 04:01

지난 27일 저녁 jtbc 뉴스, 전광훈 목사가 등장했다. 언론에 자주 나오는지라 또 뭔가싶어 봤다. 전 목사가 오는 10월 3일 개천절에 청와대에 진입할 순교자를 모집한다는 보도였다. 본인이 1호 순교자가 되겠다고 했다. 손석희 앵커는 “1호로 죽겠대요?”라며 어이없어 했고, 출연한 기자는 “제가 보기에 저건 (오히려) 오래 살겠다고 해석…”이라며 비아냥거렸다.

2시간 뒤쯤 mbc ‘pd 수첩’은 한국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한 교회 목사의 추문을 다뤘다. 80대의 목사가 20대 여성과 호텔에 들어가는 모습 등 낯뜨거운 장면이 이어졌다. ‘어느 목사님의 이중생활’이란 ‘빨간 책’ 수준의 선정적 소제목에서 제작 의도가 읽혔다. 그저께 방송들을 본 시청자의 눈에 한국교회는 딱 상종불가 집단이다.

“TV 켜기가 겁난다”는 친한 목사의 말이 와닿는다. 뉴스, 고발 프로그램 할 것 없이 교회를 조지는 내용들이 쏟아진다. 언론의 비판 대상에 기독교라고 예외일 수 없지만 동네북인가 싶을 정도로 매가 잦고 때로는 경우가 없다. ‘여러 사람이 두루 건드리거나 만만하게 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동네북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다. 잘못한 것을 눈 감으라는 것이 아니다. 혼이 나는 측이 나무람을 받아들이고 천선(遷善)하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지적이어야 하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오며가며 재미삼아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 든다. 반성케 하기는커녕 ‘또’라는 불편함만 확산된다는 교계 인사들이 많다.

반교회적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정통과 이단, 한국교회의 대표성과 개인적 일탈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의를 일으킨 목사 또는 교회의 다수는 이단으로 규정된 곳임에도 상관하지 않는다.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정도라도 강조돼야 하건만 정통과 이단을 판별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나 노력은 찾기 어렵다. ‘대형교회 목사’ ‘유명 목회자’ ‘예배당’ ‘신도’ 등 보통명사 그대로 나가니 시청자는 한국교회를 싸잡아 욕한다.

전광훈 목사를 한국교회의 대표성과 연결하는 태도는 우려스럽다. 다수의 언론은 한기총이 더 이상 한국교회의 대명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모른다면 취재의 기본이 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교회 대표 조직=한기총=대표회장 전광훈’을 연상케 보도한다. 과거 기사나 논란이 된 사안에 살을 조금 붙여 주요 뉴스의 비중 있는 기사로 송출하는 사례를 보면 기독교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 왜곡된 시각이 반영됐다는 느낌을 갖는다.

언론의 이런 관점은 오래 이어져 고착화되는 조짐이다. 2010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가 직전 4년간 주요 신문과 방송의 종교별 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타 종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회언론회에 따르면 지상파 3사와 YTN jtbc 등 5개사가 2018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개신교 관련 보도를 한 건수는 141건인데 이 중 부정적인 것이 121건이었다. 전 목사와 관련된 보도는 56회에 달했다.

보도의 이면에는 부인할 수 없는 교계의 퇴행적 모습이 있다. 그렇다고 목사가 참회하고 교회가 성찰함으로써 언론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면 된다는 소극적 다짐만으로는 안된다. 언론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때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범교단적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5만 교회를 자처하는 마당에 무슨 일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잘못한 부분은 혼이 나더라도 조리돌림, 멍석말이식 타작에는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 진보와 보수, 개교회와 교단 가리지 말고 힘을 모아 제대로 된 언론 친화적 커뮤니케이션 장치를 강구해야겠다. 지금처럼 단선적인 교계의 눈으로 언론과 맞닥뜨리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시각으로 언론과 대화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오랫동안 현업에 종사한 기자와 pd, 언론단체 관계자, 학자들 가운데 신앙이 돈독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을 조직화해야 한다. 그래서 욕을 먹더라도 잘못한 만큼만 먹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 교회의 선한 영향력을 알리는 기능을 맡기면 된다. 30여년 기자 경험에서 보면 한국교회의 언론 대응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가 아무리 교회를 옹위해도 바깥 세상은 너무 거칠고 험하다.

정진영 종교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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