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구 칼럼] 2014년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경우

국민일보

[김의구 칼럼] 2014년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경우

입력 2019-08-30 04:01

문 후보자, 곡해된 강연 내용과 비판적 칼럼 때문에 인사청문회도 못하고 사퇴
조국 후보자 청문회 개최 다행이지만 국민 마음 떠났는데도 고집하는 건 이해하기 어려워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이나 인사청문회에 즈음하면 뇌리에 소환되는 과거가 있다. 2014년 6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경우다. 중앙일보 주필 출신인 문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두 번째 지명됐다. 첫 번째 후보자였던 대법관 출신 안대희 후보자가 6일 만에 사퇴한 뒤였다. 지금은 이낙연 총리가 있지만, 당시로선 기자 출신 총리 후보자가 처음이라 그의 발탁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14일 만에 낙마했다. 가장 큰 원인은 3년 전 모 교회에서 한 강연 내용 문제였다. 총리 후보자 지명 다음날 저녁 방송에 그가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 6·25전쟁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했다는 뉴스가 영상과 함께 나갔다. “조선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것”이라는 식민사관을 옮겨놓은 듯한 발언도 함께 보도됐다.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았다. 하지만 교회 장로 자격으로 예배 모임에서 한 강연의 전체 내용은 이런 인상비평과는 거리가 있었다. 역사의 시련들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것은 기독교 세계관의 소산이다. 시련이든 축복이든 다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범사에 감사하라고 기독교는 가르친다. 우리 민족이 시련을 겪으면서 단련돼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게 강연 요지였다. “우리가 못난 민족이다. 그럴 필요 없다. 하나님의 고난이 뿌리가 되어 우리가 영글어졌다. 상심할 필요는 없다”고 그는 강연했다.

이후 문 후보자가 쓴 칼럼 파헤치기가 시작됐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칼럼이 야당을 자극했다. 그런데 자신을 지명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쓴 글도 있었다. 부산 신공항 같은 지역의 숙원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글은 지역민의 심경을 자극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초선 의원들까지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비난 여론이 마른 들판의 불처럼 번져나갔다.

문 후보자는 사퇴문의 허두를 “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썼다. 자신이 겪은 시련 또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받아들인 것으로 보였다. 총리 후보자 지명 후 대립과 분열이 더 극심해지면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론정치의 불완전성을 언급하며 국회가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당시 청문회가 열렸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국민들의 마음이 떠났고, 언론에서 미처 포착하지 못한 도덕성이나 자질, 업무수행 능력의 다른 문제점이 불거져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긴 사퇴문엔 자신을 버린 자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보도에 대해 여권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인신공격’ ‘마녀사냥’ ‘광풍’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간혹 웃나간 보도도 없지 않겠으나, 쏟아지는 뉴스의 책임을 언론에 돌리는 것은 맞지 않다. 일차적 책임은 검증과 취재, 보도의 재료를 제공한 쪽에 있다. 가족관계나 자녀 입학 문제는 단골 검증 대상이다. 후보자가 정권의 실세이자 아이콘이어서 더 집중적인 검증의 대상이 된 건 맞다. 국민의 관심을 예민하게 쫓아가는 건 언론의 본능이다. 조 후보자가 문 후보자보다 좀 더 억울하다고 주장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 조 후보자에 대한 보도는 대부분 사실관계에 토대를 둔 의혹 제기다. 문 후보자의 경우는 그의 주장과 의견이 도마에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 일정이 잡힌 것은 다행이다. 문 후보자의 경우는 아예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지도 못했다. 야당에서 청문회 보이콧 움직임이 있고 국회 상황도 유동적이다. 검찰 수사 대상을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할 수 없다는 논리다. 후보자가 검찰 수사 핑계를 대며 답변을 회피해 ‘맹탕 청문회’가 될 공산이 크다는 이유도 내세운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후보자가 보수든 진보든 국회가 법에 정해진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후보자 입장은 법적 절차 문제와는 다르다. 스스로의 진퇴를 결정하는 건 후보자의 권리다. 임명권자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문 후보자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국민정서가 떠난 건 같은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총리와 장관의 차이인지, 시대가 바뀌어 판단의 기준이 바뀐 건지 알 수 없다. 야당 쪽에서는 조 후보자 임명이 강행되는 게 오히려 정치공학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오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는 의혹들이 드러나 있는 후보자가 법무장관이 되면 정치공세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 수사 상황을 봐가며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요구해 총선까지 끌고 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이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은 그저 안도현 시인의 트윗처럼 “조국의 어깨가 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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